수백년 역사 산제당 놓고 '둘로 갈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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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역사 산제당 놓고 '둘로 갈린 마을'

부동산업체에 소유권 넘어가 활용안 갈등… “문화재 가치”vs“기도원 적합”

  • 승인 2014-01-19 17:24
  • 신문게재 2014-01-20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계룡산 하신리의 눈물]1.주민 애환 품은 산제당의 위기

▲ 계룡산 임금봉(장군봉) 아래 공주 하신리 산제당. 계룡산에 원형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산제당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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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임금봉(장군봉) 아래 공주 하신리 산제당. 계룡산에 원형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산제당으로 꼽힌다.
국립공원 계룡산 줄기에 100여 가구가 사는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 마을.
임금이 앉아 낚시하는 형상이라는 계룡산 임금봉(장군봉)을 마주보고, 선녀가 용이 되어 살았다는 신소 용툼벙 아랫마을이라는 유래를 지닌 마을에 공동체 위기가 닥쳤다.
1987년 동학사온천개발지구의 개발 바람에 마을 공동소유의 산과 들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수백년 역사의 산제당마저 빼앗길 처지다. 이웃을 고소고발하고 공주시와 경찰서에도 민원제기와 신고가 쏟아지는 등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마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도대체 이 작은 시골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본보는 계룡산 하신리 마을의 실태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계룡산 박정자삼거리를 지나 공주시 반포면사무소에 이르기 전에 닿을 수 있는 하신리마을.
대전~공주간 금벽로에서 가까우면서도 큰 길에서는 마을이 보이지 않고 산줄기를 돌아들면 넓은 들을 먼저 마주하는 제법 큰 마을이다.
나무장승과 솟대 문화가 남아 있는 이 마을에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기업이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다. 농업회사 법인이라는 간판으로 하신리 주민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임금봉 아래 '산제당터'를 지난해 10월 경매를 통해 산 회사다.
하신리 '산제당'은 계룡산에 유일하게 남은 민간 신앙의 산신각으로, 기둥의 상량문에 1954년 3월 24일 건물을 보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신리 주민들은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에 건강과 풍요ㆍ행운을 기원하는 동네 고사를 이곳에서 지내는데, 산신제 행렬은 마을 앞 하신천에서 몸을 닦고 한지를 물고 입을 열지 않는 전통이 남아 있다. 하신리 산신제의 시작은 수 백년 전으로 짐작되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주민들은 '마을이 만들어졌을 때부터'라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하신리 산제당은 더 이상 주민들의 소유가 아니다.

1987년 동학사온천개발지구 개발 기대감이 높아질 때, 이 마을 전(前) 이장인 A씨의 세금이 체납돼 공주세무서가 1989년 A씨 소유인 산제당터(3185㎡)를 공매에 내놓으면서 산제당을 잃었다. 산제당터는 1926년 마을 공동소유를 시작해 1970년 주민 14명, 1983년 주민 3명 공동소유를 거쳐 1988년 A씨의 단독 소유가 됐다.

경매로 산제당과 산제당터를 산 부동산기업은 이곳을 무속인의 굿당이나 기도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산제당이 계룡산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철거 후 재건축이나 개축할 수 있고 산신제를 지내던 곳이라는 점에서 무속인에게 임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신리 마을 조상들이 1954년 힘을 모아 산제당을 보수했다는 상량문의 기록은 이들에게 건물이 공원 지정 이전에 지어졌다는 증거가 됐고, 산신제의 전통은 이곳이 굿당이나 기도원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보증수표가 된 셈이다.

농업회사법인 관계자는 “주민들은 이곳에서 일 년에 닷새쯤 산신제를 올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산제당을 굿당이나 기도원으로 사용하면 마을과 회사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걸재 공주석장리박물관장은 “토속 신앙 중에 산신제는 그 뿌리가 가장 깊다”며 “마을 앞 남쪽에 있는 하신리 산제당은 60년전 건물을 간직하고 있는 등 지정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신리 마을의 애환은 문화재적 가치 보존을 원하는 주민과 굿당이나 기도원으로 활용하자는 주민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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