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장 |
누구나 한번쯤은 해봄직한 생각이라고? 대개는 습관적인 푸념일테니, 생각만으로 그쳤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생각이 행동으로 전이되는 순간 발생된다.
#어쩌면 내주변엔 '그들'이 존재한다.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려는 '사회적 약자'의 결말은 크게 두 부류다. “나만 사라지면 돼…”라고 생각할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OECD 국가중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이 그냥 우연히 생긴 것은 아닐것이다.
또 하나는 “너 때문이야…”라며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다. 실제로 1990년대 막가파 등이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인한 살상이었다면 최근에는 분노 범죄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이들을 사이코패스(Psychopath) 또는 소시오패스(Sociopath)로 표현하는데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성격장애인 반면 소시오패스는 유년시절의 환경결핍요인(학대 등 심각한 트라우마)에 의해 발단된다고 한다.
그런데 '소시오패스'는 희대의 범죄자로 나타나는 경우보다 조직, 인간관계에서 여러 형태의 보이지 않는 살인충동을 감추고 있어 더 심각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별그대'에 등장하는 소시오패스를 떠올려 본다. 누가봐도 매력적인 그는 평소에는 미소와 친절로 포장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앞을 막는다면 악마로 돌변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공에 대한 집착, 필요하다면 순한 양처럼 행동한다.
“엇 실제로도 이런 사람을 본적 있는 것 같애!”라고 외치고 싶은가. 통계상 전 인구의 4%정도, 즉 25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우리의 일상속에 늘 함께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알아야 한다.”
혹시라도 “나도 소시오패스가 아닐까”걱정된다면 한가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죄에대한 두려움과 자책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정상이다.
#어쩌면 내아이도 '케빈'일 수 있다.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한 에바. 아이에 대한 애정과 믿음마저 없던 그녀는 출산내내 불만과 분노로 가득찼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다. 온종일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뱉어내는 아이에게 말한다. “난 네가 태어나기 전에 더 행복했어. 너도 알지? 매일 아침 이런 소원을 빌어.”
그렇게 엄마의 미움은 아이를 작은 괴물로 만들고 만다.
성인으로 인정되는 만 16세 생일을 3일 앞두고(미성년자의 범죄에 관대한 미국의 법을 악용) 마음에 안드는 친구들을 학교 강당에 몰아넣어 한 명, 한 명 활로 쏘아 죽인다. 심지어 범행전 아버지와 여동생도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하는 준비과정을 거친다.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에 대한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한 아이가 살인마가 되는 원인이 생명이 시작되는 가족 관계에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가장 사랑하기 힘들때 가장 많이 사랑해줘야 해.” 원작 소설의 맨 앞장에 적혀있는 글귀는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메시지다.
결국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대한 대안은 '반사회적 질환'이라는 사전적 정의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택해 보자. '보듬어 안거나 혹은 피하거나'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역사서인 남사에 '百萬買宅 千萬買隣;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글귀가 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관심과 배려'만이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권한다. 능수능란한 두 얼굴을 가진 그가 결정적 행동을 벌이기 전에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기를….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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