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양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장 |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한의학이 위기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는 동양의 전통의학으로 불리기도 하고 보완대체의학(CAM,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으로도 불리는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슈퍼박테리아를 비롯한 서양의학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은 천연 약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삶의 질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시장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의학으로의 전환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한의학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는 병이 나거나 혹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우선 서양의원을 생각하지만, 병의 종류에 따라 종종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기도 하고 한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의학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양의학에 비해 비과학적이고, 안전성이 우려되며, 약효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한의학에 대한 불신풍조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선은 한의학 자체에 대한 불신 이라기보다 매스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농약이나 중금속 등에 의한 한약재의 안전성 논란이나 일부 검증되지 않은 처방이나 치료법에 대한 부작용이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무자격자에 의한 무분별한 민간요법에 대한 피해사례가 한의학으로 혼동되어 오해를 받기도 한다.
민간요법은 민간에서 전수된 치료법이기는 하지만 일부의 경험에 의해 전수되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하고 무면허자들이 자기주관대로 시술함으로써 경우에 따라 큰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법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의학은 우리의 전통의학을 체계적으로 연구, 발전시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하여 수 천 년 동안 계승되어 온 민족의학이다. 한의학이 최근 다양한 오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양의학으로 오랫동안 치료하지 못한 불치병이나 난치병들을 한의학으로 치료한 우수한 임상결과들을 보여주어 신비의 의술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더불어 정통의학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임상결과만으로는 국민들의 인정을 받기에 부족하며, 임상효과와 아울러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의학이 국민들의 신뢰속에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근거중심의학(EBM, Evidence Based Medicine) 트렌드에 맞추어 과학적인 근거를 입증해 나가야 하며, 불치병 및 난치병 등 질병치료와 진단을 위한 새로운 의술에 대한 연구들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수 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임상효과가 입증된 의술 및 의약품들에 대한 기전 연구를 통하여 과학화, 객관화 및 표준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물론 우리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출발부터 의학으로서 보다는 철학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수 천 년 간의 경험을 통하여 계승 발전되어 온 학문이기에 모두 현대과학으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의학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통의학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과학화, 표준화를 통하여 한의진료 및 치료에 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의료서비스 및 한약의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필수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약의 품질 향상 및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하여 올해부터 한방병원 인증제도를 시행하기로 확정하였으며, 또한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하여 추진 체계 구축, 한의학의 해외진출을 위한 인프라 확보, 해외거점 구축 및 확산 등 3대 핵심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의 민족의학인 한의학이 앞으로 계속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연구계, 산업계가 함께 협력하여 한의학의 표준화, 세계화를 통한 전통의학 활성화 노력이 필수적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강점분야인 ICT와의 융합을 통한 의료기기 국제표준화를 주도하여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면 국제 전통의학시장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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