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요새 말의 해를 맞아 말〔馬〕이 제일 싫어하는 '놈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말 꼬리 잡는 놈, 말허리 잡는 놈, 말을 이리저리 돌리는 놈, 말 바꾸는 놈, 말 머리 돌리는 놈”이다. 흔히 듣던 말이지만 오늘 따라 새삼스럽게 흥미롭다.
하여튼 소통과 불통이란 말이 우리 생활에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물론 정치인들이 주로 해 온 말이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젠 낯설지 않다. 무엇이 소통이고 불통인지는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도 같은데 이 두 단어의 논쟁으로 너무나 시끄럽다.
불통은 자기 자신, 개인과 개인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그 불통이 우리들을 힘들게 하고, 또 불통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불통하면 죽기도 한다. 이는 구성원들 사이에 이른 바 네트워킹이 잘되지 않아 일어난 현상이다.
모든 관계에 소통이란 말이 자주 등장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소통은 입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믿음이 없으면 그저 형식적인 소통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무조건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듣고 질문한다는 의미다.
측은지심이 생겨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한 행동일지라도 상대방이 오해하면 본래의 좋은 의도는 사라지고 만다. 결국 서로 깊은 상처만 남긴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간에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상대편의 입장과 마음도 헤아리며 인정하고, 함께 가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소통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식의 차이다. 인식의 차이는 사람마다 관심사와 가치관 그리고 감성이 다른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소통과 불통 사이엔 타협이 존재한다. 타협에서는 당신의 말보다 상대방의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전달한 의미보다 상대방이 받아들인 의미가 더 중요하다. 신분이 높은 사람 즉, 주군이 아랫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자 할 때 소통이란 단어를 선택한다.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할 때는 소통이라 하지 않는다.
요즘 정치권은 불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통과 불통을 말하기에 앞서 타협과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배려가 우선이다. 소통과 불통 사이에 존재하는 타협의 가치를 모른 채, 또한 상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다 보니 그 둘 사이엔 싸움만이 존재한다. 물론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동일하다.
소통과 불통 사이에 존재하는 타협과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정치인이다. 소통을 못하는 정치인은 민주주의를 모르는 사람이다. 정치에서 소통은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을 위한 노력이 소통이다. 나와 배치된다고 무조건 배척하고 나의 주장만 고집한다면 그게 바로 불통이다.
요즘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한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은 사람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소통과 불통을 소재로 신선한 웃음을 준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많지만 소통만큼 어려운 일도 드물다.
바벨탑 이야기가 잘 보여준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이나 핏줄도 통하지 않으면 죽는다. 국토를 실핏줄처럼 이어 흐르는 강물도 흘러 소통이 되어야 살아 있는 것이다. 소통이 이루어지면 '너 때문에 난 참 행복해'가 되지만, 불통이 되면 '너 때문에 난 불행해'가 된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 문제도 소통을 하면 해법이 나온다는 말, 말, 말을 상기하는 말의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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