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아직 시행해본 바가 없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주위의 반대도 컸다. 대학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앞섰던 까닭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이라면 선생님이 앞에서 지식을 강의하면 학생들은 앉아서 열심히 듣고 외우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시험도 누가 잘 외우나를 평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적어도 융합과 창조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바였다. 즉, 21세기 대학은 더 이상 실제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죽은 지식'을 전파하는 곳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바꿔 말하면 기업들이 원하는, 실제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산 지식'을 전파하자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둔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창의적 학습활동 중심의 차별화된 교육방식을 시도했다. 학생 5명씩 한 조를 이루어 협업하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토론과 발표 위주 수업을 해나갔다. 교수는 2~4명이 강의실에 함께 들어가 학생들이 바르게 문제해결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교수의 역할이 과거 교수자에서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을 뽑기 전에 교수진부터 개편을 서둘렀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를 선도해가고 있는 유수기업에서 임원급 몇 분을 교수로 초빙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맞춤식으로 키워내기 위해서였다. 학내 교수 중에서는 엄정한 심사절차를 거쳐 새로운 교육방법에 적합한 교수들을 선발했고, 미흡하다 판단되면 서슴지 않고 외부에서 초빙해왔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1개월을 한 학기로 하여 1년 10학기제로 기존의 학사제도 틀과는 전연 다르게 운영하며 매 학기 2개의 집중교육 모듈(교과목)을 교육했다. 매 모듈이 시작되기 전 교수들은 전체교수 앞에서 리허설을 통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수업을 준비했다. 그래서 창의융합대학의 교수들은 수업시간 이외에 매주 수십 시간의 리허설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학 본부에서는 이 같은 창의융합교육에 매진하고자 논산 '반야캠퍼스'라는 명칭을 '창의융합캠퍼스'로 바꾸면서까지 온 역량을 기울였다. 솔직히 처음 하는 일이라 우려의 마음도 컸다.
그러나 지난 12월 말에 열린 1년간의 창의융합교육을 총결산하는 성과발표회를 보면서 우려는 작은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어울려라 즐겨라 물들여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개최된 이 발표회에서는 창의융합교육 성과발표가 먼저 있었고 뒤이어 창의적 디자인, 프로그래밍 언어, 영어 스피치, 중국일본사회연구, 약품제조 유기반응 및 실험, 창의적 마케팅 설계 등 학생들의 창작물 발표회가 이어졌다.
성과발표시에는 학생들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도 발표해 창의융합의 글로벌화 지향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발표가 상상을 뛰어넘는 시각을 보여줘 창의융합의 참의미를 알 수 있게 했다. 강당 입구 로비에는 다양한 성과물들의 도해를 벽에 붙여 놓아 이해를 도왔다. 전체적으로 성과물의 발표도 의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어떠한 문제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같이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운다면 그 주제가 무엇이 되든 풀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작은 괜찮았지만, 대학교육의 성과는 4년 후 졸업시에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어떤 평가는 이를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의 속담을 생각해보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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