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치부 부국장 |
그동안 말을 아끼던 서 의원의 새해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회견에서 개헌을 '블랙홀'에 비교하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직후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간 개헌을 둘러싼 충돌은 상징적 사건이다. 서 의원은 개헌을 주장하는 이 의원에게 “분명히 기억한다. 이 의원이 정권 2인자일 때도 못하지 않았느냐”며 면박을 주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비자의 글귀 '행소충 즉대충지적야'(行小忠 則大忠之賊也·작은 충성을 하는 것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를 올렸다. 박 대통령에 대한 서 의원의 행동이 대의를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 의원은 이에 대해 “솔직히 말해 내가 4선이던 15대 국회에서 원내대표할 때 이 의원은 처음 입성한 후배라 싸울 군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과거권력'과 박근혜 정부의 '현재권력'간 충돌은 많은 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치권의 거물이 된 이 두 사람은 중앙대 동문으로, 과거 YS 상도동계의 핵심으로 활동하며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들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에서 서 의원은 박근혜 후보를, 이 의원은 이명박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정치적 대척점에 서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박근혜계에 대한 '공천학살' 직후 친박연대를 주도했던 서 의원, 박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그가 돌아온 것이다.
19대 국회에서의 개헌은 강창희 국회의장이 지난해 7월 제헌절 경축사와 올 신년사 등 수차례 언급한 사안이다. 개헌의 필요성은 역대 정권에서 여러방향으로 제기돼 왔으나 박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후 여당내에서 개헌 논의는 잠복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은 지난해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서 의원이 개헌 논란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본다. 서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를 독려하기도 했다.
개헌문제나 지방선거에 대한 서 의원의 발언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갈 적임자로 서 의원을 생각하고, 서 의원이 그에따라 총대를 멘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당내에서 서 의원은 정몽준 의원과 함께 7선으로 최다선 의원이다. 19대 국회 하반기 의장이든, 차기 당권이든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 차기 대선 주자인 정 의원이 의장직을 고사할 경우 선수를 우선하는 국회 관례상 의장직은 서 의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최근 그의 발언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 의중이 서 의원이 의장직 보다는 당 대표, 즉 당권을 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그가 하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대통령의 뜻을 살펴볼 수 있는 서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6월 지방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지방선거를 패배할 경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와 개헌논의가 재론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여지를 주게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에서 서 의원의 역할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3일 신년회견을 통해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정치혁신에 박차를 가해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선언, 정치권은 지방선거전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인도와 스위스 국빈방문을 위해 순방길에 오른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친박계 맏형' 서 의원에게 주어진 '미션'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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