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는 손수 농사지은 농산물들을 서로 교환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수공품이나 공산품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자주 열리는 것도 아니고 5일마다 정해진 날에 장이 서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거나, 현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면 장이 서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장날이 되면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없는 먹거리들도 많았다. 바로 장터국수와 국밥이었다. 어떤 이는 장터에 나가서 장터국수와 국밥을 먹을 수 있는 장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하였다. 장터에 나가면 장터국수와 국밥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구름 같은 김과 내음은 시장기도는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끓고 있는 국물에 국수나 밥을 넣어 말아 먹을 수 있는 즉석 음식이었다.
국수나 국밥은 이제 전문식당의 주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 마을 사람이나 다른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장터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거나 서서 먹으면서 각 마을의 화젯거리와 소식을 전하면서 왁자지껄하던 낭만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장터국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곱고 흰 밀가루는 귀했기 때문에 요즈음 흰 국수와 다르게 밀기울이 많이 섞인 붉은 빛이 도는 국수였다. 나무로 만든 국수틀이나 방앗간에서 기계로 반죽해 뽑아 말린 국수였다. 국밥은 돼지머리나 내장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들고 신선한 야채와 양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맛이 비길 데가 없었다. 장터에서 일을 보고 시장기가 돌면 그냥 지나칠 수 없던 것이 바로 장터국수와 국밥이었다. 가까운 곳에 5일장이 서는 곳이 있다면 언제 하루쯤 장터구경도 하고 장터국수와 국밥을 맛보면서 옛 추억에 잠겨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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