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확정과 교과서 논란 등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에 이루어진 세계문화유산 여행이었기 때문에, 이곳을 여행하는 내내 필자는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한국사, 국사, 역사의 개념 정립 문제다. 이는 국문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한국어, 국어, 언어의 개념과 같은 것이다. 여러 학문적 견지를 차치하고 표준국어대사전만을 살피더라도, 한국어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이고, 국어는 한 나라의 국민이 쓰는 말이다. 또 언어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를 일컫는다. 그러니까 한국어와 국어의 가장 큰 차이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예컨대 외국인은 우리 언어를 한국어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국어라고 한다. 당연히 미국에서 영어는 미국인들에게 국어다. 이 개념에 동의한다면, 현재 우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사용하는 한국사는 국사로 과목명이 개정되어야 한다. 한국사라는 과목명은 세계사 혹은 동아시아사와 구별하기 위한 개념으로는 쉽게 인식될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지칭하는 우리의 역사는 아니다. 글로벌화 된 현재의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나온 과목명으로 보기에도 2% 부족하다. 다문화 및 외국인을 배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위해 자국의 언어적 습관과 문화마저 버려야 한다면 그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라는 것과 이것 역시 우리 언어체계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어와 같은 국사로 개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내가 왜 이 먼 이국땅에까지 비싼 돈을 주고 여행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베트남에 특별히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베트남의 특별히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거나 아니면 어떤 연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여행을 같이한 지인들이 좋고 여행이 즐겁기 때문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것처럼 여행 자체가 즐겁고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니까 삶이 즐겁고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가 보다. 또 자식에게 만권의 책을 사주는 것보다 만리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중국 속담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로 여행하는 곳으로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 자연풍경이 좋은 곳과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있다. 이번 베트남 여행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교통과 문물이 풍부한 상업도시 다낭보다는 호이안과 후에가 훨씬 좋았다. 거기에는 세계문화유산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그 민족이 아니고 그 나라 국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행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의 목적지보다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여행하는 것 못지않게 목적지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거리가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국사에 대한 이념적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많이 등재된 것처럼 우리의 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세계화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때다. 문화유산에 대한 투자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문화융성과 문화대국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대박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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