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종영한 '상속자들'이란 드라마에선 일명 귀족학교인 '제국고'가 등장하는데 그 학교엔 계급사회가 존재한다. 기업을 물려받을 경영상속자집단과 태어날때부터 이미 대주주인 주식상속자집단, 명예를 중시하는 명예상속자집단으로 나뉜다.
그럼 현실속의 상속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자의 상위 1% 주식부자들의 부의 비법은 역시나 '부자 부모'였다. 반면 부자 부모 없이 성공한 자수성가형 부자는 30%가 못됐다.
2012년 상속·증여 등 '부의 대물림'의 규모는 26조5000억원.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300조원)의 10분의 1에 해당할 만큼 상당하다. 상속과세 대상자 상위 1% 집단 62명의 경우 총 2조1000억원을 상속받았는데 1인 당 평균 346억9000만원. 일반인의 375배에 달한다. 이런 상속 과정에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위해 대기업과 재산가들은 대규모 분식회계와 차명재산을 은닉하는 등 변칙적 탈세행위를 일삼고 이는 부자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오고 있다.
며칠 전 정문술 전 카이스트(KAIST) 이사장이 215억원(현금 100억원, 부동산 115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2001년 이 학교에 기부한 300억원을 합하면 그의 기부액은 515억원에 이른다. 정 전 이사장은 “많은 재산은 없지만 평소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왔다”면서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안도하고 하나의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재산의 대부분인 370억 달러(당시 44조원)을 자선재단에 기증했을 때, 그 아들 피터 버핏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피터 버핏은 혼자 힘으로 공부해 음악가가 됐고, 자서전에서 아버지의 생각을 이렇게 전한다. “아버지는 아무 대가 없이 부를 물려주는 건 젊은이의 열망과 열정을 고갈시키며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부적절한 선물이라 여겼다.”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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