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피고의 변론을 맡았던 모 변호사는 고법 판결조차 “형량도 너무 관대하다”고 언급할 정도로 보기 드문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사건일까.
고모(23)씨는 2011년 20세의 나이에 딸을 낳았다. 아이의 아빠는 임신 9개월 때 헤어져 기초생활수급자와 미혼모 지원을 받으며 아이를 키웠다. 그러던 중 2012년 4월 김모(31)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사건은 동거를 시작한 지 8일 만인 4월 10일에 발생했다. 사건 당일 밤 10시 20분쯤 김씨는 고씨에게 자신이 딸(생후 15개월)을 재우고 갈테니, 먼저 PC방에 갈 것으로 제의했다. 김씨는 고씨가 게임을 하러 PC방으로 간 20분 후 딸에게 민소매 상의와 기저귀만 입힌 채 베란다에 내놓았다. 외부로 통하는 베란다 창문은 열어놓은 반면, 방안으로 통하는 문은 잠가 아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후 PC방으로 갔다.
김씨가 PC방에서 돌아온 시간은 새벽 3시30분경이다. 당시 15개월 된 아이는 베란다에 엎드려 있었다. 아이를 보고도 김씨는 16시간 후인 오후 7시30분까지 내버려뒀다. 오전 11시쯤 돌아온 친모 고씨도 그 시간까지 딸을 보고도 방치했다. 21시간 동안 방으로 들어올 수 없었던 딸은 그 사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1심인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김씨와 고씨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년 6월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어둡고 추운 베란다에서 울부짖으며 죽어가던 아이가 겪었을 극도의 두려움과 고통이 어떠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며 “그럼에도 책임을 면해보려고 범행 사실을 숨겨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김씨와 고씨는 물론, 검찰도 불복했다. 김씨는 형량이 무겁다고, 고씨는 치사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특히 고씨는 김씨가 아이를 베란다에 내놓을 거라 예상했거나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신이 귀가했을 때 이미 아이가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아이를 장시간 유기한 건 인정하더라도, 사망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고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김씨에 대해 유기치사죄, 고씨에 대해 유기죄를 적용했다고 12일 밝혔다. 하지만, 주목할만한 건 고씨가 무죄를 받았음에도 두 사람 모두 오히려 형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징역 2년 6월, 고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6개월~1년이 가중됐다. 원심 판결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생후 15개월 친딸을 방치하며 장시간 게임에만 열중하는 등 엄마로서 기본 책무를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했고, 김씨에 대해선, “자신은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도 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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