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세종시 한솔중 2학년 1반에서 진행된 한솔중 재학생 재배치 결과 공개 모습. |
지난 10일 오후 2시 세종시 한솔중 대강당에서 열린 2014 한솔중 재학생 재배치 추첨 직전 담당 장학사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지와 관계없는 잘못된 교육행정이 '한솔중 잔류 또는 새롬중 전학' 운명을 추첨에 기대게 한 진풍경이기도 하다. 2012년 초 전 시교육청 출범 준비단 및 연기군교육지원청과 행복도시건설청간 학교설립 권한를 둘러싼 이견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권한은 같은 해 7월 행복도시건설청에서 세종시교육청으로 이양됐지만, 양측간 학교정책 비연속성 및 불일치에서 비롯된 문제는 2년이 지난 지금에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의 잘못된 초기 학생수요 예측은 한솔중 학생 과다 및 수십차례 반 이동이라는 유례없는 대혼란을 가져왔고, 바통을 이어받은 시교육청은 새롬중 신설 카드를 제안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저항은 거셌다. 배정 희망학교 조사는 교육 수요자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실제로 한솔중 1학년은 정원 200명에 333명, 2학년은 정원 200명에 379명이 잔류를 희망했다. 반면 225명 정원의 신설 새롬중 1학년 진학 희망자는 57명, 200명 정원의 2학년 희망자는 5명에 그쳤다. 정든 교실과 친구·선생님, 가까운 통학거리를 떠나고 싶지 않은게 인지상정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학생들의 운명은 오후 2시 30분께 A네트워크사의 추첨 시스템(예산 500만원)을 통해 단 10여분 만에 결정됐다. 이 시각 방학 임에도 학급 교실을 가득 메운 한솔중 학생들 대부분은 삼삼오오 모여 한솔중 잔류를 희망하는 대화를 나눴다. 평일 임에도 현장을 확인하러 나온 학부모 20여명은 본인 자녀 학교 배정을 미리 파악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어 담임 선생님의 발표가 각 학급별로 이어졌고, 학생들은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더욱 깨끗한 교실환경과 넓은 운동장을 갖춘 새롬중에서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새롬중 배정 학생들의 표정은 역시나 어두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종 교육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있는 고무적인 모습도 엿보게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경찰 배치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함께 의미를 잃었다.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들은 큰 동요 또는 반발없이 상황을 수용하는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월 새롬중 개교 시점까지 한솔중 등 학교 분위기 정상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초기 시행착오를 가슴깊이 새겨 명품 세종교육 미래 구현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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