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온 제일교육문화센터 이사장 |
이 모두가 자식에 대해 조금도 남에게 지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사실, 모든 부모는 자식과 자신을 동일시하려 한다. 그런데 자식은 부모와 동일시하지 않으려 한다. 그 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자식은 언젠가는 부모를 떠나가야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삶의 순리를 고려하지 않은 부모의 지나친 자식 사랑과 기대는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을 저해한다.
어떤 엄마가 아들에게 “공부 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렴”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조금 전에 기도를 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무엇이라고 기도했니?”라고 묻자, 아들은 “엄마가 잔소리를 그만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한다. 엄마의 간섭과 잔소리가 얼마나 싫었으면 아이가 이런 말을 했을까? 자식이 엄마의 훈계를 이미 잔소리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 잔소리에서 더 이상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자식을 인도해야 할까? 그 방법을 목수에게서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을 짓는 목수들은 곧은 나무는 곧은 나무대로, 굽은 나무는 굽은 나무대로 적절히 사용해 집을 지었다고 한다. 굽은 나무를 굳이 펴서 쓰지 않고, 곧은 나무를 구부려서 쓰지 않는 것이 아름답고 견고한 집을 짓는 지혜였던 것이다. 곧은 나무는 곧은 나무대로 인정해주고 굽은 나무는 굽은 나무대로 인정해주고 그 특성대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인 것이다. 그럴 때 전통 가옥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천년을 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부모들도 자녀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한 뒤, 장점을 취대한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소질이 없는 분야까지 잘 하라고 강요당하는 자식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자식이 완벽하게 한 점 흠도 없게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내 자식도 사람이다. 따라서 완벽하지 않다. '너는 왜 그렇게밖에 못하니?'라고 꾸중하는 것은 곧, '너는 왜 그렇게 완벽하지 못하니?'라는 말과 같다. 그렇게 혼을 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잠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지신부터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자. 잘 생각해 보면 나 자신부터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 않았던가!
유명한 아랍계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은 부모들에게 “아이들은 그대들의 몸을 빌어서 세상에 왔을 뿐, 그대들의 소유는 아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는 있으나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아이들을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칼릴 지브란의 말이 백 번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집을 짓는 목수처럼, 또는 지브란이 말한 것처럼 할 수 있다”라고 아직 자신 있게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희망사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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