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나는 고독할 것이고, 더 자주 기차에 오를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고독할 것이고, 더 자주 기차에 오를 것이다"

시를 쓸때는 죽었던 심장과 눈동자가 깨어나는 듯… 먼지 하나까지 내게 귀 기울여 수상작 '양파 공동체' 11일 출판기념회

  • 승인 2014-01-08 14:08
  • 신문게재 2014-01-09 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인터뷰]김수영문학상 수상, 대전토박이 시인 손미씨를 만나다

“시를 쓸 땐 죽었던 심장과 눈동자와 입술과 손가락에 다시 생기가 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고체가 아닌 생체가 됩니다. 시간과 공간은 사라지고 먼지 하나까지 내게 귀를 기울여 줍니다.”

대전 출신의 시인 손미(여ㆍ32ㆍ사진)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제32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고 밝힌 소감 중 일부분이다. 수상작은 '양파 공동체' 외 49편의 시다. 손미 시인은 대전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줄곧 대전에서 다녔다. 지금도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전토박이다. 2009년에 문학사상에 '달콤한 문'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녀는 공상과 몽상을 좋아하면서 열심히 시를 쓰는 평범한 시인이다. 11일 오후 4시 대전문학관에서 '양파 공동체'시집 출판 기념회를 앞두고 있는 손미 시인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김수영 문학상 수상을 했다. 수상 소감은?.

▲김수영 시인은 온몸으로 시를 밀고 나갔던, 처절하게 썼던 시인이다. 그런 시인의 이름으로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다. 첫 시집인데 너무 큰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수상이 아니라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보다 더 나은 시를 현재 내가 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조금 자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고독할 것이고, 나를 들여다 볼 것이고, 더 자주 기차에 오를 것이니까 .

-수상작 '양파 공동체' 시집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이번 시집을 엮고 나서 방 정리를 하다가 그동안 썼던 메모장을 발견했다. 총 18개가 나왔다. 메모장을 열어보다가 울컥 했다. 그 안에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들의 구절과 초기 발상들이 모두 적혀 있었다. 시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쓴 그 많은 메모장들이 '양파 공동체'라는 하나의 시집이 됐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가고, 조심스럽다. 세상 밖에 어떤 평을 받을지도 무척 궁금하다. 한 마디로 '양파 공동체'는 지금까지 써 온 내 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이것은 엄마의 기억이다. 아마 그때부터 작가의 길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어릴 때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도고(아산)에 산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시골이었는데 나무에 묶여 있던 염소가 음매 음매 울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그 염소 옆을 지나다가 제가 한참이나 서서 “엄마 이 염소는 엄마 없어?”하고는 울먹였다. 그때가 3살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작가의 꿈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그 후로 남들은 사소하게 지나치는 작은 사건들도 나는 칼에 베인 것처럼 아프고 뜨겁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마음을 먹은 것은 대학교 때에 와서다. 시인들을 만나고 시집을 읽으면서 거대한 아픔들을 몇 줄의 시로 표현하는 그 고도의 집중력이 너무 멋있었다. 무작정 시집을 읽고 시 강의를 듣고 습작을 했다. 그래서 시작됐다. 이 길은.

-작품 활동은 주로 어떻게 하나.

▲시인은 전업을 할 수 없다.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틈틈이 메모를 한다.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일과가 끝난 밤 시간에는 피곤하기 때문에 고도로 집중하기 힘들다. 그래서 틈틈이 메모하고 눈을 감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시가 소설보다 짧으니까 쉽게 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를 한 편 쓰고 나면 권투 경기를 끝낸 것처럼 기진맥진한다. 온 기운을 쏟아 붓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같은 직장인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쓰곤 한다.

그리고 시를 쓰기 위해 여행을 자주 한다. 시간이 없어 멀리 나가지 못할 때는 하루 날 잡아서 기차를 타고 낯선 도시에 가서 라면 한 그릇 먹고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내 안의 언어들이 튀어나온다. 그걸로 또 시를 쓴다.

-시에 주로 담고, 표현하는 것은?

▲현관문만 나서면, 아니 현관 안에서도 모든 사건은 슬픔 투성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프다. 왜 모두들 자본만 좇아서 경주마처럼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을 왜 틀렸다고 말하는지 시시때때로 슬픔이 몰려온다. 그럴 때 상상하는 것이 깊은 바닷속이나 먼 우주의 행성이다. 그곳에 가면 나처럼 시를 가장 큰 재산이라 생각하는 종족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시를 쓴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 하나의 고향이 떠 있을 것 같다.

또 시인에게는 무생물도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보인다. 달력, 굴뚝, 포장마차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말을 건다. 그것들에 내 마음이 묻어 있다. 그렇게 쓴 대표적인 작품이 '달력의 거리'라는 작품이다. 하루는 내가 달력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네모를 지나면 또 네모가 나오고 네모를 지나면 또 네모, 나는 이 달력을 나가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둘러싼 것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면 그것을 적어뒀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문화콘텐츠를 공부할 예정이다. 시는 대중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한 편의 드라마보다 인기가 없다. 시인들이 시집을 내도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또 시는 은유의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읽기 위해 연습이 필요한 장르다. 그런 면들이 늘 안타까웠다. 주위를 보면 시를 좋아하고 읽고 싶어 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시는 늘 불통된 채 홀로 외롭고 고독하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쉬운 콘텐츠로 개발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 그래서 시가 우리 곁에 있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게 변화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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