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밖으로 나온 'IT전당포' 성업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창살밖으로 나온 'IT전당포' 성업

대전, 젊은층 수요증가 20여곳 추정… 짧은 상환기간에 임의처분 등 부작용

  • 승인 2014-01-07 17:48
  • 신문게재 2014-01-08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대전의 한 IT전당포에 들어온 전자기계와 가방. 젊은 층의 이용이 늘어나며 IT전당포도 확산되고 있다.
▲ 대전의 한 IT전당포에 들어온 전자기계와 가방. 젊은 층의 이용이 늘어나며 IT전당포도 확산되고 있다.
창문에 쇠창살을 두르고 어두운 골목에 있을 것 같던 전당포가 스마트폰 등의 'IT'를 앞세워 대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IT전당포가 급한 돈을 만드는 서민들의 비상구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대출 상환기간을 열흘 미만으로 짧게 제시하고 훔친 물건의 유통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역시 적지 않다.

7일 찾아간 대전 동구 용전동의 한 IT전당포는 웬만한 전자상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첨단 기계들이 모여 있었다. 어느 집 거실에 있었음 직한 대형 TV부터 추억을 담았던 최신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폰과 명품 핸드백까지 조금씩 손때묻은 전자기기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포장지도 뜯지 않은 휴대폰과 시계, 골프채까지 어쩌다 전당포에 들어오게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물건들도 있었다. 용전동의 전당포 대표 배모(35)씨는 “20대 젊은 층이 주요 손님이고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을 맡기고 중고거래가의 60% 선에서 100만원 미만의 돈을 받아가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20여 곳으로 추정되는 대전 IT전당포들은 젊은이들이 주로 찾고 첨단 기계를 거래하다 보니 예전의 전당포에서 보던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서구 괴정동의 한 IT전당포는 쇠창살 없이 개방된 공간에 탁자와 화분이 놓인 게, 커피숍처럼 연출했고, 둔산동의 또다른 전당포는 은행이나 A/S센터처럼 1:1상담실을 만든 곳도 있었다.

마침 전당포를 찾아온 30대 남성은 노트북을 맡기고 열흘을 조건으로 50만원을 받아갔다.

전당포 이용자는 “신용조회도 없고 대출기록도 남지 않으면서 3% 이율로 빌릴 수 있어 노트북을 맡겼다. 급한 일부터 해결하고 다시 찾아올 생각”이라고 짧게 말했다. 곧바로 찾아오리라 다짐하지만, IT전당포에 맡긴 물건 중 20~30%는 주인에게 되돌아가지 못하고 임의처분된다.

특히, 대전 IT전당포 대부분은 대출 상환기간을 열흘이나 일주일로 짧게 잡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출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 이자율(연39%)보다 대출자가 약속한 날짜에 돈을 상환하지 못해 물건을 임의처분하는 게 전당포에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또 노트북이나 카메라처럼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장비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장물의 유통경로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 전당포 관계자는 “상환기간을 하루만 지나도 전문 유통업자에게 기계를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도난여부는 제품번호 조회해 확인하나, 의도적으로 속여 현금화하려는 경우 우리도 당해낼 수 없다”고 푸념했다. 때문에 전당포를 찾을 때는 대출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 전당포에서 임의로 처분하는 조건을 분명히 밝혀둬야 한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전당포도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대부중개업등록을 한 정상적인 업체인지 확인하고, 물품수령증을 작성하고 보관해두는 게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