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신입 택시기사에게 노조가입을 언급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회사 임원이 노조가입을 권유한 것도 드물지만, A씨의 주장대로 가볍게 말 한마디 건넸다가 고소와 기소에 이어 재판까지 받은 것이다.
이런 내용이다. 천안 서북구에 있는 (주)○○운수 대표의 동생인 A씨는 기사들의 배차와 근로형태 변경, 사고처리 등을 담당하는 상무다. 상시근로자 64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 2개와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 1개 등 모두 3개의 노조가 있다.
2011년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가 임금협약 교섭을 요구해 노조 3곳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3개 노조 중 과반수 근로자가 소속된 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3개 노조의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지 나흘째, 한국노총 소속 노조위원장과 정식발령 첫날이던 택시기사 B씨가 대화를 하던 중 지나가던 A씨가 B씨에게,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여기 하나 들어줘”라는 말을 했다.
이어 B씨에게 격일제 근무와 배차 등 근로조건과 일부 업무에 대한 편의가 제공됐다.
검찰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는 노조관계법을 근거로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A씨 측은 “개밥을 주기 위해 우연히 지나다가 농담 삼아 가볍게 말했을 뿐 노조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인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A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권희)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당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서로 교섭대표가 되기 위해 근로자의 가입 여부를 놓고 경쟁한 시기였고, 실제 B씨에 대한 업무 편의가 제공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말했고, 빨리 사인하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진술 등을 종합하면 가입 권유를 단순한 농담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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