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지영 당진중학교 교사 |
5월, 우리 반은 함께 당진에 있는 하람린이집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하람 어린이집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곳이다. 봉사활동을 나서기 전 나는 또 나 혼자 조바심에 떨고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선입견을 갖고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는 않을까?', '되레 하람 어린이집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등등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부터 얼굴에 인상을 써 가며 철저하게 사전교육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하람 어린이집에 도착하고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니 여태 내가 걱정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먼저 어린이집 선생님께 사전교육을 받는 모습에서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해진 모습을 보였다. 사전교육을 받은 후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다가가 놀아주고 안아주는 모습에서도 망설임이나 주저함 없이 진심을 담아 대했다. 16살 우리 반 아이들은 나의 걱정과는 달리 성숙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우리 반 아이들을 너무 철없는 아이로 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교사인 내가 학생들에게 많이 가르쳐주기 위해서 같이 간 봉사활동이었는데 반대로 내가 배움을 받고 돌아온 것이다. 16살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외에도 내 어머니께서 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서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6월의 어느 날, 긴 투병생활 끝에 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켰다. 담임선생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충격이 큰 것 같았다. 학교에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들이 휴대폰 메신저인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나를 초대했다. 그 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쏟아지는 35개의 메시지를 보고 울컥했다. '선생님 보고싶어요.', '힘내세요! 사랑해요!' 등등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이 힘든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고 남은 특별휴가 기간을 마친 후 학교로 돌아가기가 살짝 두려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전해진걸까 오히려 아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달려와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줬다. 철없고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16살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서 속 깊은 따뜻함과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겪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고 보니 처음의 강철 같은 교직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왔던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오히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배려, 따뜻함과 같은 덕목을 배울 수 있다. 올 한 해 동안 나는 아이들과 함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아마도 내년부터는 내 교직관이 바뀔 듯하다. '교사와 학생은 함께 성장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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