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인간의 심리 상태를 정상과 이상으로 구분하는 기준으로는 범주적 접근과 차원적 접근이 있다. 범주적 접근방식은 질적으로 분명한 임상적 특성을 나타낼 때를 이상심리라고 한다. 이때 '이상'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증(Syndrome)', '장애(Disorder)'와 같은 의미를 포함한다. 이에 비해 차원적 접근방식은 분명한 임상적 특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각할 수 없는 심리적 특성들로 부적응적 변형 결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불편', '부적응' 등은 이상심리의 차원적 접근에 의한 용어들이다. 한 개인의 심리사회적 상태가 이 같은 일상적 용어를 사용하는 정도에서 적절히 치료되지 않은 채 지속되면 특정 증상이 발전하면서 범주적 차원의 임상적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 요컨대 차원적 분류의 극단에 놓여 있는 상태가 '장애'이다. 가족 공동체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성격의 병리적 특성을 구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방관해 가정, 또는 더 나아가 사회생활 가운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각종 상담의 유익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할 것에 대해 강조한 바가 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상심리에 의한 성격장애로 가정 공동체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회복이라는 소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에 성격장애의 종류와 증상들에 대하여 살펴보고 증상들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에 대해 앞으로 몇 회기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그럼 오늘은 먼저 성격장애가 무엇인지 개념정리부터 하겠다. 성격장애란 그 개인이 문화적 기대로부터 심하게 벗어난 지속적인 내적 경험과 행동 양식을 보이는 것으로서, 광범위하고, 굳어 있고, 청소년기 또는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이로 인해 고통과 장해가 초래되는 상태이다. 즉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성격 특성들이 심리사회적으로 역기능적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가 성격장애이므로, 성격장애의 진단기준을 유추하면 차원적 접근에서 성격을 분류하기가 용이하다.
성격의 병리적 발현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가족 공동체는 그 행동이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기능적인가 아닌가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성격에 대한 이상심리학적인 접근은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일견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격의 병리적 특성은 정신심리적 질병의 근원으로서 한 개인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는 주요 요인이며, 장기적으로는 개인과 사회 공동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견고한 진이다. 예를 들어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회공동체 내에서 매우 순종적이며, 우호적이고 친절하므로 직장인으로서 온유함을 갖추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람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직장 권위자들의 호의적 평가에 매우 민감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의 행동은 직장인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모습일지라도 그 행동이 진정한 성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겉으로만 순종적으로 보일 뿐, 내면의 성숙에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따라서 성격장애에 대한 이해는 예방적 차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성격장애는 그 사람의 내면의 문제들이 여러 가지 병적인 현상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유형을 알면 그들의 지속되는 생활양식을 이해하게 되고, 또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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