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처에 산봉오리 같은 말 무덤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말은 섬기던 주인과 함께 묻히기도 하였다. 말은 신성하게 여겨져 흙으로 빚거나 쇠 주물로 만든 말 모양 토우나 철마를 매장하거나 신전에 모시는 일도 다반사였다. 개인의 재앙을 멀리하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신마부적(神馬符籍)도 있다. 말은 권위의 상징이며 신의 사자(使者)역할을 하였다. 고대 전쟁에서는 말과 마차가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유목을 주 생업으로 하는 유목 집단들은 말이 생명과 같았다. 주몽은 마굿간에서 가장 좋은 말의 혀에 바늘을 꽂아 삐쩍삐쩍 마르게 하여 버리게 한 뒤, 버린 말을 거두어 길러서 위기에 닥쳐 도망 나올 때 썼다.
박혁거세는 마을사람들이 이상한 기운이 돌아 가보니 흰말이 꿇어 앉아 보호하고 있다가 놓고 달아난 붉은 알에서 태어났다. 기마인물형토기나 천마도 등도 이러한 설화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고대 전쟁에서 말을 탄 기마병들은 전쟁의 승, 패를 가늠지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사람 못지않게 온 몸을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말 머리부터 꼬리까지 보호하기 위한 말 갑옷도 있었다. 말 위에서 활을 잘 쏘기 위해 안장과 발 받침대도 고안하였고 격구(擊毬)등 마상무예도 발달시켜왔다.
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통과 통신, 물류의 중심에 있었다. 파발마가 그렇고 마차가 그렇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 물류의 대부분을 마차와 마부가 담당하였다. 멀지않은 옛날이야기다. 마을 곳곳에는 말발굽에 쇠신을 신기는 대장간도 있었다. 어린시절 마부아저씨가 끄는 마차에 몸을 싣고 싶어서 뒤따라가던 옛 추억을 떠올리면 마치 마을에 검은 연기를 뿜는 자동차가 나타났을 때 쫓아 뛰어가던 모습 또한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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