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께서 나라 큰 것만 믿고 다른 나라를 침공한다면 북으로 가는 수레를 타고 초나라에 가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계량의 일화는 '남원북철(南轅北轍)'이다. 수레의 긴 채는 남쪽으로 가고 바퀴는 북쪽으로 간다는 의미다.
요즘 정부의 의료정책을 보면 '남원북철'이 생각난다. 정부에서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의사들은 '의료 민영화'가 맞다고 한다. 원격의료가 좋은 제도라고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미국 등 땅덩어리가 커서 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는 맞을 수 있지만, 집앞에만 나가도 병원이 즐비한 우리나라 여건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약 처방 문제, 시설문제 등 아직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많지만 정부는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말 정부는 병원들의 '메디텔' 등 일명 호텔식 병원 도입을 허가하면서 의료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선택진료제 폐지와 상급병실료 조정 등의 움직임이 일면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들도 좌불안석이다.
선택진료제의 수익으로 의료진 급여의 일정부분을 충당해왔던 대형병원들은 선택진료제가 폐지될 경우 병원 운영자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사계는 의료민영화를 부추길 수 있는 '법인약국' 설립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대형 자본과 제약회사 등이 약국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동네 약국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과계는 의료법 개정에 따른 전문의제도로 한의사계는 한방물리치료사 도입 반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정책의 남원북철로 병원과 진료실에 있어야 할 의료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그 사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국민들에게 치료비를 낮추고 양질의 의료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 변화라면 환영할만 하겠지만, 법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의약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 돼야하고, 의료계가 수긍할 수 있는 제도시행이 필요해 보인다.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김민영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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