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이 된 것은 바로 1981년 부산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를 맡았던 사건이다. 군사독재정치에 반대하는 의식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그다지 위험하다고 볼 수 없는 독서클럽 회원들을 반국가단체를 조직하고 국가전복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계엄법 위반으로 몰아 간 사건이다. 그 당시에 사회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했던 일단의 의식 있는 사람들의 의식화 교육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좌파'라는 칭호를 부치고 사회적으로 위험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이들이 공산주의자, 즉 '빨갱이'이며 의식화 교육을 통해 반국가단체를 조직하고 북한에 동조해 국가전복의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러한 단체결성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였기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서는 이들에 대한 자백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영화 '변호인'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한 평범했던 변호사 송우석. 그는 원래 집안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만을 졸업한 채 막 노동일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출세에 대한 꿈이 있어 고시공부를 했고, 그러던 중 결혼까지 해 아이를 낳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공부하던 책들 마저 중고서점에 팔아야만 하는 궁지에 몰린다. 그러나 아내가 아이를 낳은 병원에 와 보니 이미 장모가 병원비를 치른 뒤였다. 그는 허탈한 심정으로 평소에 다니던 돼지국밥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음식 값을 치르려다가 갑자기 도망나오게 된다. 그 순간 다시 고시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음식 값을 치르고 나면 중고서점에 팔았던 책을 되찾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면서 먹은 음식까지 토하게 된다.
결국 그는 공부를 열심히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전에서 잠시 판사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고졸이라는 이유 때문에 학력이라는 높은 벽, 이른바 '스펙'에 밀려 판사의 길을 포기한 채 변호사로서 돈을 벌어 편안한 생활을 꿈꾸며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그의 일천한 경력 때문에 사건을 처리해 많은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가 아닌 부동산등기를 전문 변호사로 변신해 세일즈맨처럼 열심히 영업을 위하여 뛰어다닌다. 사실 등기는 서류작성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등기수수료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수입이 좋아 경제적으로 상당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자신이 막노동하면서 지었던 자신에게 있어 의미 있는 아파트를 사서 그곳에서 살게 된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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