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 꿈 실현 아카데미 대표 |
지난 연말에도 통신 3사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 일이 있었는데 연말에 면접시험이 몰려 있었던 관계로 여기에 지원하는 지원생들이 필자를 찾아와 함께 면접에 대한 준비를 해준 일이 있었다. “LG유플러스가 뭐하는 회사야?” “통신회사죠.” 그들에게서 자신 있는 답이 나왔다.
“맥도날드는 뭐 하는 회사지?” “그야 햄버거 파는 회사죠.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회산 걸요.”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답하면 어디에 지원서를 내도 불합격이고, 1년, 2년, 3년을 재수해도 낙방이다. 왜 그럴까. 지원생 모두가 그런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창의성이 없으며 면접관의 입맛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문화생활, 그리고 필요한 정보도 제공해 주는 회사다. 그리고 맥도날드 회사는 셀러리맨들에게 시간을 제공해주는 회사다. 바쁜 셀러리맨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 기다리는 시간을 착안해 설립한 것이 햄버거 회사였던 것이다.
또 물어보았다. “삼국지 읽어 봤니?” “그럼요. TV에서도 방영해주었는 걸요.” “조조나 유비 중 누가 위대한 지도자일까?” “거야 당연히 유비지요.” 모두 이구동성으로 같은 답이 나왔다.
틀린 답이다. 유비는 덕을 갖췄으니 훌륭한 지도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위대한 지도자는 아닌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자.
삼국지는 진수가 쓴 역사 기록서이고 '삼국지 연의'는 나관중이 지은 역사 소설이다. 우리가 읽은 것은 나관중이 꾸며 쓴 '삼국지 연의' 인 것이다. 꾸며 썼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허구적인 것이 많으며 나관중의 잣대로 인물을 평가 했기에 조조보다는 유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관중이 그의 입맛에 맞게 꾸며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 조조를 폄하(貶下)하고 있는 것이다. 유비는 어떤 상황이든 대중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대중과의 의(義)를 중시하는 지도자였다. 유비는 조조의 군대가 쳐들어오자 백성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함께 도망가느라 얼마 가지 못해서 조조의 기마병에 공격을 받게 된다.
유비가 군중 속에 있으니 유비를 잡기위해선 유비를 에워싸고 있는 군중부터 공격해야 했다. 엄청난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본 조조는 어찌했나. 유비 군사가 쳐들어오면 자신만 줄행랑칠 것이라 생각했다. 백성들이 볼 때 죽일 놈이다.
그런데 조조의 변을 들어보자. 나관중이 들려주지 않은 말이다. “내가 왜 죽일 놈이여, 내가 빠져 나왔으니 백성들이 공격 받지 않고 인명 피해도 재산 피해도 최소화 됐던 것 아니여.” 그렇다. 조조의 통치력은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작동됐던 것이다.
그래서 유비는 위기상황 발생시 대중 추수적(大衆追隨的) 경향을 띠어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이 엄청나게 피해를 보게 했던 것이며, 조조는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백성들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우선은 인기가 떨어지고 성급한 사람들은 등까지 돌린다. 그러나 역사는 후대 사람들이 기록하는 것. 우선 입맛에 달면 나라의 장래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야심(野心)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명심해야 한다. 그 야심의 잣대가 누구에게 맞춰져 있는가를. 또한 길거리로 뛰쳐나가 자신의 주장을 외쳐 댈 때 그가 외쳐 대는 그 주장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아닌가를.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핑곗 거리로 이용당하는 자구지단(藉口之端)이 아니다. 그러니 끄떡하면 국민을 핑계대는 생각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내일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