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필자가 귀국했을 때인 20여년전의 충남대학교는 학생과 교수의 수준이 전국의 여느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연구단지에 위치했다는 프리미엄 또한 무시하지 못할 장점이었다. 부임 당시 만났던 학생들은 매우 우수했고 학구열도 대단했으며 대학원에서 모두를 받아들이지 못해 너무도 안타까워하곤 했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 세간의 평가와 우리 학교의 현실은 당시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며칠 전 학원가에서 나누어 준다는 대학의 합격 예상 점수기준에서 발견한 지방국립대학들의 현 주소는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필자는 이해가 가지 않기는 하지만 입시 학원의 평가는 우리 국민들의 선호도를 그리고 우리 학교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의 인구는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25위에 해당하는 국가가 되었다. 수도권이라고 볼 수 있는 서울, 인천, 경기도의 인구는 합해 2500만 이상으로서 우리 나라는 소위 수도권에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매우 기형적인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고3 졸업생의 숫자는 약 63만명이며 오는 2020년에 고3 졸업생이 되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의 숫자는 53만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2년제 포함 대학 정원이 57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조만간 우리나라의 대학은 절대적으로도 대학원 정원을 채울 수가 없게 된다.
수도권 주민의 입장에서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대가 통학의 여건으로 보아 선호하지 않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비율이 현격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방의 학생들도 각종 문화의 혜택이 있는 수도권을 선호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하여 요즘의 부모들은 자녀의 수도권 유학을 지원하는 데에 과거에 비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편으로 보이며 자녀의 수도 많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요즘은 자가용 또는 대중교통 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어 수도권으로 왕래하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다. 고속도로가 확장되면서, 기차가 더욱 빨라지면서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었다지만 지방대 입장에서는 인재를 유출시키는 출구가 더욱 넓어진 격이 되긴 했다. 지금처럼 수도권부터 정원이 채워지는 추세가 계속되는 한 저출산에 의한 학령인구의 감소됨에 따라 지방대에 지원하는 학생의 수는 더욱 감소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지방대학의 수난시대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 대학은 무엇보다도 우수한 교수진과 교육과 연구를 위한 기반시설이 중요하며 이러한 규모를 갖추지 않은 대학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도권에 존재한다고 해서 대학의 질적 수준이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국립거점대학은 이러한 교육과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양질의 여건을 고루 갖춘 곳이고 국가는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거점대학도 각 지역에서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과 교육여건을 유지하는 데 중심이 되어 주어야 하는 또한 책임이 있다. 우리는 우수한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 주요 신문사들과 학원들이 그리고 입시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대학을 평가하는 잣대에 상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연 나의 욕심에 불과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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