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덕재 시인ㆍ대전시인터넷방송 PD |
안녕한 사회를 바라는 건 모든 이의 염원이며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과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 중에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과 단체를 적지 않게 취재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마을의 문제를 주민들이 풀고자 하는 공동체 정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좋은 마을 만들기의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다.
도마동에 자리한 '달팽이 마을 어린이 도서관'은 '내 아이 잘 키우자'보다는 '마을의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우자'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도서관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회는 서로가 그물망처럼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달팽이라는 이름처럼 느릿느릿 가다보면 아이들이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옆과 뒤를 함께 보며 세상의 많은 것들을 마주 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은 주변에 대한 관심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또 땅콩처럼 작고 오밀조밀한 '갈마 마을어린이 도서관 땅콩'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지난해 가을 마을축제를 열었는데 엄마들이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축제가 열린 초등학교 옆에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학생들의 학업분위기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는 날 고등학생 여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일손을 도왔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 관계자들은 사람사이의 관계망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한다.
석교동에서는 '석교마을신문'을 펴내고 있다. 신문을 만드는 이들은 마을주민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기자단 그리고 어른들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신문이다. 이 신문에는 오랫동안 세탁소를 하는 동네사람의 자잘한 이야기부터 마을의 환경과 역사까지 지역 밀착형 소식들로 채워져 있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은 신문을 직접 배달하는 날이다. 신문을 돌리는 날에는 어른기자부터 청소년기자까지 거의 모두가 참여를 한다. 청소년기자들의 경우, 친구들과 함께 신문을 돌리기도 한다. 발행인에 따르면 신문을 들고 있으면 그 마음이 달라진다고 한다. 마을신문을 들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게 되며, 모르는 동네사람들도 말을 건넨다고 했다. 그들은 신문 한 장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관저동이나 자양동에서 나오는 마을신문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더불어 판암동에는 새터민들이 우리나라에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 모임을 갖고 교육 받는 공간이 있다. 이탈 주민들은 우리나라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지만 마을을 위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성남동에는 혼자 살거나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빨래를 해주는 모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빨래를 수거하는 동네아줌마의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대흥동에는 지역의 특성인 문화예술적인 분위기와 원룸의 삭막함을 연결시키려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원룸이라는 단절된 삶을 마을공동체 참여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를 든 사례들은 대전시가 지원하고 있는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포함된 것들이다. 대전시가 지원하고 있는 모임이나 단체는 221개에 이른다. 지난해 매우 다양한 성격의 모임들이 작지만 의미있는 활동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모임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단절이 아닌 교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마을공동체가 지역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체감했다. 마을을 하나로 묶는 공동체 정신이 회복될 때, 우리 사회에서 안녕들 하냐며 걱정하는 인사는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다.
2014년 새해에는 “저 대전에서 살아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마을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 정성껏 뿌린 좋은 마을 만들기 씨앗이 올해는 어떻게 싹을 틔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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