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코레일의 17조원 부채와 일본보다 30%가 넘는 직원비율, 7000만원의 고액임금에도 자구노력이 부족한 만큼 경쟁체제 유도는 필요한 일이다. 또 공공부문 부채가 1000조원 수준이라고 하니 그리스와 이탈리아처럼 국가부도 위기를 피하려면 개혁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국민이 상투적으로 반정부편에 서서 동조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화와 개발연대 시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늘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추진하며 정부정책에 피해를 본 익숙한 경험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잠재된 사회의 불만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를 통한 분노의 해방구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국민불만의 기저에는 지역주의와 엘리트리즘, 빈부격차, 초고속 사회변화에 따른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청년실업, 사회양극화, 노후불안 등이 깔려있다. 먼저 지역주의는 정치적 고착화로 대를 이어가며 지역갈등으로 비화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저해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했다. 엘리트리즘 역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K중, K고, S대는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군사정부시절에는 사관학교, 문민정부 이후에서는 K고와 S대, 최근에는 고시출신이 우리사회의 최고 엘리트층이다. 고교평준화를 실시한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정부의 요직은 K고 출신들이 즐비하다. 지방의 경우에도 지역의 명문고 출신이 정치나 사회·경제의 요직을 휩쓸고 있다. 사회에서도 그들만의 인맥 장벽은 일반인들에게 불공정으로 작동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고교의 교육정상화와 입시지옥의 해방, 지나친 사교육비를 억제하고자 1969년 중학교 무시험, 1973년 고등학교 평준화를 시행했다. 당시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이유로 기득권의 반발이 엄청났으나 지금 생각하면 기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 타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무현정부와 민주당은 서울대 폐지와 국·공립대 통폐합을 검토하였으며, 박근혜 후보는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을 검토하기도 했다. 빈부 및 계층간 갈등도 문제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돈이 돈을 벌고, 부는 학력, 사회적 능력과 지위를 세습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빈곤의 대물림으로 여겨진다. 특히, 일부계층에서는 미국 흑인의 슬럼가처럼 서서히 패배주의에 안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들에 대한 동기부여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책은 무었인가? 물론 정부가 제도적 대안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기득권층의 솔선수범이 병행돼야 한다. 정치권은 지역에 기반한 정당체계를 쇄신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단위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도 상향식 공천제도를 시행하며, 중대선거구제나 정당 비례대표 비율을 높여 정책정당과 중도정당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제도는 암기식·주입식 교육에서 개인의 끼와 재능을 찾아 계발하는 창의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고시와 변호사, 의사가 최고의 직업이었지만 전세계를 무대로 살아가는 지금은 타고난 재능을 잘 살리면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
소위 마피아 조직도 없애야 한다. 원자력과 철도기관사 처럼 소수의 대학에서 인력이 배출되는 구조는 사회에서도 학연의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왜곡을 초래한다. 또 고시제도를 부처별로 시행하며 지방과 중앙을 의무적으로 교류해 그들만의 세력화를 억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득권층의 사회봉사가 확대돼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국가가 되었지만 OECD 국가 중 기부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귀족 노조도 문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공기관이 노사협약으로 고용세습을 제도화하고 있다니 놀랍다. 현대나 기아차처럼 대기업 좋은 직장의 노조도 마찬가지로 고용이 세습되고 있다. 국민의 불만을 줄이려면 우선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개혁을 한다고 해도 국민의 동참 없이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는 동서화합, 양극화 해소와 복지 공약을 통한 사회갈등 최소화를 약속했으나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새해에는 서민과 약자의 마음도 이해하는 정부, 기득권층보다 일반국민 편에서 함께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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