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문인가. 서민들의 삶도 더 팍팍해졌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에 한숨, 아등바등 잘살아 보겠다는 노력도 부질없이 더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또 한숨. 세상에서 부대끼며 보낸 내 반평생은 '머슴생활'이었다던 산중도인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인생에 3번 찾아온다는 '만의 하나'.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숨가쁘게 달리는 우리네 일상. 그래서 일까? 우리나라 부부 4쌍중 1쌍은 하루평균 대화시간이 30분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이나 칭찬과 격려의 말은 50.4%가 “가끔 기분 좋을 때만 한다”고 답했고, 거의 안 하거나(19.8%) 한 적이 없다(1.4%)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50대와 60대 부부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각각 50%, 61.9%로 반을 넘어 섰다고 하니 나이가 많을 수록 표현에 인색해지는 것이 사실인가보다. 이런 '대화없는 부부'의 가장 큰 원인은 늦은 퇴근과 잦은 주말근무라고 한다. 왠지 대한민국 가장의 고단한 삶과 워킹맘의 애환이 느껴져 더 서글프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바빠도 오늘이 가기전 한해동안 기쁜일 슬픈일 함께 나눴던 내 남편, 내 아내에게 “고맙다”고 또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覺人生 萬事非(노각인생 만사비) 憂患如山 一笑空(우환여산 일소공)' 늙어서 생각하니 만사가 아무것도 아니며 걱정이 태산 같으나 한 번 소리쳐 웃으면 그만인 것을…. 가슴깊이 아로새겨야 할 옛 성현의 가르침. 지난 1년 경쟁에서 이기려 누군가를 짓밟고 아프게 한적은 없는지,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것에 마치 죽고 살 일처럼 낙담하고 화를 낸 적은 없는지, 소통을 외치면서 내 생각을 관철시키려 호통치지는 않았는지 다시한번 돌이켜 보고 반성해보자. 마지막으로 계획했던 일 못 이뤘다고 너무 애닳아 하지도 말자. 우리에겐 희망으로 채울 365일이 기다리고 있고 오늘이 바로 그 첫날이니까.
황미란·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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