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 18층과 지하 5층의 현대그랜드오피스텔이 지난 3년간 폐허처럼 방치되면서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 |
건물 지하층에는 지하수가 유입돼 항상 물이 차 있고, 비어 있는 건물 18개 층마다 버려진 집기류가 가득 채워져 있다. 30일 찾아간 성남동 현대그랜드오피스텔은 깨진 유리창과 버려진 집기류가 널브러진 채 적막감 속에 잠겨 있었다. 전기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간 3층 복도에는 건축 폐기물이 모여 있었고, 20여 개의 객실마다 문이 열린 채 안에는 먼지 앉은 사무기기가 그대로 있었다.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던 조모 씨는 “2009년께 상수도가 단수돼도 지하수를 끌어와 130여명이 이곳에 생활했으나, 2011년 5월 전기까지 단전되자 집기류를 버려두고 모두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금 5억~6억원을 미납해 단전·단수까지 몰린 상황에서 빈 사무실에 남아 있는 폐집기류는 누구도 손댈 수 없었다.
▲ 지상 18층과 지하 5층의 현대그랜드오피스텔이 지난 3년간 폐허처럼 방치되면서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 |
지하 5층까지 있으나, 지하수가 자꾸 건물 안으로 유입되면서 하루에도 수 시간씩 펌프를 통해 물을 밖으로 빼내고 있다. 조 씨는 “맨 아래 지하층에는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는 상태로, 3년 동안 건물이 얼마나 부식됐고 어떻게 물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전기가 끊기고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18층짜리 건물이 앞으로 언제쯤 정상화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오피스텔 일부 분양자는 건물 전 관리소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제한적 건물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또 오피스텔이 운영된 지난 20년간 관리비를 정리한 회계장부가 정확하다고 장담하지 못해 받아야 할 미납 관리비가 22억원 된다고 추정할 뿐이다. 여기에 많은 업체가 건물을 리모델링 해 되살리겠다며 달려들었다가 중도 포기하면서 신뢰도 역시 떨어진 상태다.
문제는 지상 18층에 지하 5층짜리 대규모 건물이 폐허처럼 방치된 지난 3년처럼 앞으로도 안전과 화재 취약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사가 중단된 공사현장은 지자체가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으나, 완공된 후 버려진 빈 건물의 경우 안전관리가 없는 실정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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