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며칠 전 성탄절 어느 묘역에는 편지로 희망을 전하는 산타가 보내 온 크리스마스 선물 두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행여 오늘 내린 진눈깨비에 젖지 않을까 가보았더니 그 자리가 말끔했다. 아마도 선물은 고인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나 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호국영령을 잊지 않고 찾아와 편지를 올리는 그 누군가가 있어 매서운 칼바람에도 임들은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조국을 위해 산화한 10만 8천여 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계신다. 일제강점기에는 자주독립을, 한국전과 월남전에서는 자유와 평화를, 그 이외에도 대의를 위해서, 가까이는 한반도에서 또 멀리는 이국 땅에서 자신을 바친 위대한 영웅들의 애국혼이 살아숨쉬는 이 곳은 실로 명예로운 보훈의 산실이다.
금년은 국가보훈처의 국정과제인 명예로훈 보훈을 구현하기 위해 민간분야와 협업을 활성화하여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한 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우선 코레일은 지난해 7월 한국전쟁 때 미군 제24사단장 구출작전에 사용되었던 증기기관차 미카 3형 129호와 연료차 그리고 객차 2량을 우리 원에 전시하였고, 이어서 금년 5월에는 객차 내부를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하여 호국철도기념관을 조성하였다. 또 IBK기업은행은 금년 6월 호국배움이 차량과 호국카트를 무상기증하여 나라사랑 체험교육의 내실화에 기여하였고 원내에서 묘역까지 이동하는 노약자 등의 편의를 향상시켰다. 지역 종교단체인 구암사에서는 4월부터 유가족과 참배객을 위해 매일 점심 때 국수를 무료나눔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여러 분야의 적극적인 참여로 민관 협업체제를 구축하여 국가에 공헌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내년에도 명예로운 보훈의 기조 아래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희생ㆍ헌신하신 분들에게 더욱 품격있는 의전서비스를 제공하여 마지막 예우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수려한 자연환경과 특색을 잘 살려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호국공원으로 조성하고 시민 참여형 체험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즐겨 찾고 나라사랑 하는 마음을 일깨워 명예로운 보훈을 실천하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쉼없이 달려 온 지난 계사년을 뒤로하고 갑오년 새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역사 속의 갑오년이었던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94년에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점이 되었던 갑오개혁이 일어났고, 60년 전인 1954년에는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 해로서, 과거 위기에 빠진 나라를 새로운 변화로 이끌기 위한 시도가 있었던 점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2014년은 우리나라가 청마의 기운을 받아 이념대립이나 갈등을 해소하고 온 국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힘차게 전진하는 해로 만들기를 바란다. 그 시작을 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탑 앞에서 고개 숙여 참배하면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의 각오를 다진다면 아주 특별한 의미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또한 임들을 추모하고 나라의 약진을 소망하는 뜻을 담아 2014송이의 폐조화를 꽂아서 만든 사병 1묘역 입구에 설치된 대형 말(馬) 포토존과 정문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여섯 필의 청마로 이루어진 천마웅비상을 보면서 저마다의 가슴 속에 자신과 가족을 위한 새해 소망을 기원해보고 나라사랑 하는 마음도 되새겨 보기 바란다.
다가오는 2014년 갑오년 새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여섯 필의 청마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잘 안내해 주기를, 아울러 우리 대한민국의 오랜 꿈과 염원을 싣고 대도약 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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