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천규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실장 |
특히 주요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원료는 대부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철강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화학물질로 꽉 찬 화학제품이다. 요즘엔 화학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에 연비를 높여줄 가볍지만 단단한 부품이 개발되고 있고 내장재에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감성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수소연료,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같은 첨단 자동차를 굴러가게 해주는 핵심기술에도 화학기술이 그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 사계절을 거치면서 다양하게 바뀌는 총천연색의 멋진 옷이나 당뇨, 고혈압 등 질병치료에 쓰이는 의약품도 화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나일론 등 다양한 화학소재를 개발해서 나무와 동물, 광물의 남용을 막아 환경을 보호하게 된 것도 최근 100년 이내에 일어난 혁명적인 화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착한 화학'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화학이라는 단어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는게 현실이다. 이쯤에서 독일과 같은 화학선진국이 지난 수십년간 제대로 된 '화학 알리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화학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전파하고 불안감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는 소식은 갈 길이 먼 우리로서는 너무나 부러운 이야기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원은 우리나라 화학분야에서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최근에는 국가차원의 연구개발과 함께 공공기관 교육기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화학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화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수인재가 세계적 화학자로 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케미드림스쿨'로 명칭된 교원연수 프로그램은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그야말로 호응이 뜨겁다. 1박 2일 동안 화학(연)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첨단 화학분석기기와 탄소소재연구분야, 신약연구분야 등을 체험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참여한 교사들은 신선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체험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게재해서 교실에서 연구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는 창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화학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교육기부 포털인 '블루케미토피아'를 구축해서 인터넷을 통해 화학을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화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리고 앞으로 나아갈 화학의 방향도 담고 있다. 특히 핵심내용인 교과과정별 동영상 자료나 화학분야에서 진학할 대학소개나 학부소개 등을 교원연수에 참여했던 교사들과 함께 만들어 현장의 이야기를 듬뿍 담아가고 있다.
교원연수에 참여한 화학교사들이 녹색화학교사연구회를 결성해서 화학(연) 교육기부의 핵심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기부에서 시작해서 현장과 호흡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교실중심으로 풀어간 화학(연) 교육기부 프로그램은 '2013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에 선정되는 뜻깊은 결과도 낳았다. 지난 12월 16일 열린 시상식에서 공공기관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발표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실험실의 안전문화를 만들어가는 교육기부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실험실 안전관련 교육기부는 과학교사와 견학생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요청한 부분이기도 하다.
화학(연)은 최근 출연(연)간 융합연구과제인 '화학물질 사고대응 기술개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원내에는 화학안전연구평가센터가 구축되어 활발한 연구활동을 수행중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 청소년기에 안전마인드를 확실하게 심어주는 방향으로 도서형태의 교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안전관련 장비에 대한 동영상도 제작해서 도서에 QR코드로 포함시켜 단조롭기 쉬운 책자를 살아있는 교재로 만들어가고 있다. '화학 알리기'에 갈길은 멀지만 일상생활 자체이면서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혜택을 주는 '착한 화학'이 제대로 알려질 것이라는 희망은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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