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배·산내포도 대전 대형마트서 못산다?

상생품목 지정땐 SSM서도 판매 불가… 농·축산단체 “판로 막혀” 반발

● 유통법 개정안 국회 논의

지방자치단체가 '상생 품목'으로 특정품목을 정하면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관련 농·축산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와 소비자들 역시 특정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제한하는 유통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지역 농민단체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3일 지방자치단체가 '상생 품목'으로 정하는 특정 품목을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대로라면 천안시가 닭고기나 배추를 상생품목으로 지정할 경우 천안시 소비자들은 지역 대형마트에서는 닭고기나 배추를 구입할수 없다.

대전시가 유성의 배와 산내 포도의 보호를 위해 '상생품목'으로 지정하면 대전지역 대형마트에서는 이들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

이 같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대한양계협회, 한국4H본부 등 관련 농·축산단체들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에 농·축산물을 출하하고 있는 농·축산인에게는 급격한 소득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초 유통산업발전법은 골목상권과 유통상인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최근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법안 개정 내용대로라면 판로 제한으로 농축산물이 제때 출하되지 못하면 저장비용 증가로 결국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부 김모씨(36)씨는 “상생 품목으로 지정된 물품을 마트가 아닌 곳에서 사야 된다고 하면, 꼭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곳으로 가는 대신 다른 대체 품목으로 사지 않겠느냐”며 “소비자와 생산자, 누구에게도 유리한 개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 관계자 역시 “의무 휴업에 이어 상생품목까지 시행될 경우 마트의 매출액이 또 다시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과연 마트에서 지정 품목을 팔지 않는다고 산지 농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