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현 대전가오초 교장 |
본교는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선 학교라서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자연에서 뛰어 놀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이에 본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농촌 마을의 도움으로 모내기 과정부터 벼 타작의 과정을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 포기의 여린 모는 뜨거운 태양과 녹음 속의 매미 소리, 그리고 시원한 소나기, 학급별로 마련한 허수아비 등의 여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채 또다른 행복을 선사할 가을을 기쁘게 맞이했다.
본교 교정이 황금 들판으로 물들던 지난 11월 13일(수)을 '가오 꼬마 농부의 날'로 정하고 '가오 추수 한마당 대축제'를 열었다. 도시에서 학생, 학부모, 선생님, 농부 아저씨가 한데 어우러져 벼 타작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아이들은 발로 돌리는 재래식 탈곡기로 벼를 털면서 신기해 했고, 떡메로 직접 쳐서 떡을 만들어 먹고 환하게 웃었다. 볏짚을 이용한 볏짚 공예방에서는 농부 아저씨의 시범에 따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농촌 생활의 모습을 재현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뻥튀기방에서는 '펑'소리가 터질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와 함께 하얀 튀밥이 쏟아져 나오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다양한 인성교육 놀이 프로그램인 전래놀이, 심성놀이, 자연놀이 등을 운영하여 학생, 학부모, 교육공동체가 가을 축제 속으로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자매결연 마을의 신나는 농악 놀이 마당이 어우러져 학교와 지역의 축제의 장이 되었다. 가을 햇살 아래 도심 속 황금 들판에서 펼쳐진 가오 추수 한마당은 마치 1년 동안의 열매를 거두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는 꼬마 농부와 같았다. 봄부터 씨를 뿌리고 자신이 가꾼 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흙과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슬기롭게 생활하는 농부들의 순수한 모습과 너무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교의 꼬마 농부들과 가오 추수 한마당을 펼치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키만 크고 열매 없는 가을나무, 키도 크지 못하고 열매도 없는 가을나무, 키도 크고 잎도 푸르며 열매가 풍성한 가을나무를 떠 올려 보았다. 필자는 학부모들로부터 대전가오초등학교라는 농장을 받아서 1,000여 아이들의 농사를 지었는데 학부모들에게 풍성한 열매를 얼마나 맺게 해 드렸는가? 과연 학부모들이 만족한 만한 농사를 지었을까, 혹시 흉년은 아니었을까? 를 깊이 되뇌어 보았다.
필자 생각에 우리 아이들은 정직하게 무럭무럭 자라주었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였으며, 도서관을 이용하여 많은 책을 읽었고, 그리기, 글짓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많이 받아왔다. 또한 본교에서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나눔과 섬김의 체험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다양한 인성 교육 활동을 통해 내 친구, 내 가족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배운 아이들은 지구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끌 리더로 성장해 나가리라 확신한다.
이제 한 해의 마지막에 선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교직원들은 풍성한 가을 열매인 아이들을 자랑스럽게 학부모에게 돌려드릴 것이다. 농부가 추수 마당에서 내년의 농사 계획을 세우듯이 필자 또한 더욱 알차고 풍성한 가오 만의 행복한 꼬마 농부 이야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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