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 한국병원 신장내과 과장 |
근색소가 소변에 섞여 나오면서 특징적인 갈색의 소변이 나타나며 근육통, 마비 등의 임상 증후들을 보인다. 유발원인은 음주, 약물, 독소, 전해질 이상, 외상, 감염, 경련, 과도한 신체적 활동 및 열성 질환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근육세포는 세포막 사이의 이온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생리적인 기전들이 작동하면서 적절한 대사작용을 하게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원인들에 의해 세포막이 손상을 받게 되면 이러한 기전들이 손상되어 이온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못하면서 단백분해 효소가 활성화되고 결국 세포손상을 일으켜 세포 내 물질인 근색소(myoglobin), LDH(lactate dehydrogenase), CPK(creatinine phosphokinase), 칼륨, 인 등이 혈액내로 방출된다.
손상된 근육세포의 삼투압이 높아져서 수분을 흡수하므로 탈수가 진행되고 세포내에서 방출된 근색소 등의 물질들이 신장에서 혈관수축과 폐색을 일으키고 뇨세관 손상을 일으켜 급성신부전을 야기하게 된다. 알콜에 의한 횡문근 융해증은 잘 알려져 있으며 여러가지 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알콜 자체에 의한 근독성 뿐만이 아니라 알콜중독과 영양결핍이 동반된 환자에서 전해질 이상 등이 발생하면 이런 손상 기전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며 만취 상태에서 의식이 저하된 상태로 장기간 신체 일부가 압박을 받으면 설상가상이 되는 것이다.
횡문근 융해증은 급성신부전의 합병증 이외에도 대사장애, 전해질 장애가 동반되며 심할 경우 혈액응고장애, 호흡부전증과 같은 합병증 등을 유발하여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위험한 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치료는 수액을 주입하면서 필요시 이뇨제 등을 사용하며 소변량을 적절히 유지해야 하며 기타 동반된 전해질 장애를 교정하는 동시에 유발요인을 제거하고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신부전이 동반되는 경우 대증적인 치료에도 호전이 안되고 폐부종, 전해질 이상 및 대사성 산증이 지속되며 악화되는 경우에는 투석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물론 횡문근 융해증이 그리 흔한 질병은 아니며 초기 증상은 미미하여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평소보다 심한 운동을 하고난 다음엔 누구나 한번쯤은 근육통을 느껴본적이 있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거나, 평소 느끼던 피로와는 다르게 허약감, 근육 경직 등이 느껴지면서 소변색이 붉어지거나 콜라색 혹은 검은색으로 나오면 즉시 병원으로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빨리 치료하는 것이 신장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예후를 좋게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울러 평소에 적당한 운동으로 근력을 단련하고 본인 체력 이상의 과도한 신체활동은 자제하며 야유회나 체육대회, 등산 등 평소보다 많은 신체 활동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음주를 금하는 것이 이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요즘 학교나 직장에서 선후배 사이의 기합이나 음주 문화 등은 자칫하면 이러한 이유에서도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으므로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염려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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