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公 시험비리 '파장'] 한명당 500만~1000만원 돈거래

'문제유출' 출제기관 전 책임자 구속… 시험위탁 공기업·민간회사까지 수사확대 전망

한국농어촌공사의 승진시험 비리 관련, 시험문제를 낸 기관의 전직 담당자가 구속됐다.

승진시험 문제가 공사 직원들에게 전달된 핵심적 고리가 확인된 것으로, 같은 기관에 시험문제 출제를 위탁한 다른 공기업과 민간기업까지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충남경찰청은 19일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전 팀장인 엄모(56)씨를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엄씨는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 공사 직원 윤모(53) 차장에게 출제 문제와 답안지를 전달한 혐의다. 엄씨는 사회능력개발원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부서의 책임자를 맡고 있었으며, 지난 2월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시험문제를 넘긴 대가로 엄씨는 3급과 5급의 직렬당 각각 현금 500만~1000만원씩 모두 수천만원의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소시효를 고려해 엄씨의 영장에 2008년 이후 확인된 배임 혐의만 기록했다.

이렇게 시험문제를 넘겨받은 공사 충남본부 직원 윤 차장 등은 승진시험과 정규직 전환 시험을 앞둔 직원들에게 건당 1000만원씩 받고 문제를 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제출제 전문기관의 내부자가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승진시험 비리는 다른 공기업과 민간회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충남경찰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을 압수수색해 시험출제위원 명단과 과거 문제지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확인된 사례 외에 시험지 사전유출이 또 있었는지 확인하고, 해당 기관에 문제출제를 위탁한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회사에서도 시험비리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어 1차 조사를 마친 공사 직원 58명에 대한 신병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문제를 미리 본 후 시험을 치러 승진했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경찰 관계자는 “사회능력개발원 압수물을 분석해 추가 혐의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미 조사한 부정합격자에 대한 신병처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