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이들에게 창의융합대학은 꿈인 동시에 험로다. 35명의 학생들과 교수 17명은 지난 10개월 동안 익숙지 않은 교육 환경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놀라운 것은 신입생 35명 가운데 이탈 학생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학생과 같은 호흡 맞추기의 첫번째 결실로 평가 받고 있다.
'전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가르치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교수하면 우리사회의 최고 직업군으로 꼽히고 있으나 창의융합대학 교수들은 이와 크게 다르다. 온실 분위기 보다는 야생성이 강해 보인다. 삼성, LG, KOTRA 등 국내 대기업 임원 출신 6명을 초빙하고 기존 11명의 교수를 선발해 매칭을 시켰다. 학생들의 모듈은 이들 교수들의 수많은 토의를 거쳐 완성된 뒤 '출고' 된다. 매달초 새로운 모듈이 시작되기 전에 교육내용과 방식은 전체 교수들이 모인 가운데 리허설을 해야하며 부족한 점이 지적되면 보완해야 한다.
'치외법권'처럼 누려왔던 많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학생과 한 몸이 돼야 가능한 것이다. 쉴 짬 없이 왠 종일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키는 일에 교수들은 지금도 다른 대학의 동료 교수를 쳐다 볼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제자들이다. 지난 여름을 지나면서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거침 없는 물음에, 교수와의 격론 등에 소속 교수들도 '내공 쌓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가시적 성과로는 중국어와 영어 능력이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한밭대와 한남대를 들어갈 만한 학생 수준이었던 학생들이 '창의 수업'덕에 단기간에 어학을 비롯한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 높아졌다. 청란여고를 졸업한 이지혜 학생(글로벌 프론티어 스쿨)은 입학 때만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창의융합대학에 들어왔으나 그후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이 학생이 얻은 것은 자긍심과 자부심이다. 교육 환경이 바뀜에 따라 자신의 마음도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비슷한 수능 성적을 받고 다른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 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우쭐해 했다. 이런 학생들의 변화에 교수들은 더 큰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이 대학 송민영 교무부장(중국어학 전공)은 '교육품질관리회의'를 주관한다. 이는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들을 법한 말이나 창의융합대의 모듈 수업을 결정하는 기구다. 17명의 교수 모두가 학생들의 수업을 일방적이 아닌 집단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설계 됐는가, 수업담당자의 선정이 적합한가, 학습 피드백 계획은 적절한가 등 10개 항목을 꼼꼼히 챙긴다. 이 '공정'을 거쳐야만 수업이 가능하다.
교수들도 처음에는 강의를 사전 검열하는 것 아니냐며 내심 불쾌감을 가졌다. 이 또한 달라졌다. 교수들도 더 많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파상적 질문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교수들은 지난 10학기 동안(1달이 1학기) 교수 전체 회의를 매주 1차례씩 열었다. 10달의 수련 기간을 통해 수직적 교수-학생 관계가 '융복합'적 창조 관계로 변했다.
내년 3월이면 올해 보다 3배나 많은 110여명의 학생이 창의융합대학에 들어온다. 학교측의 고민은 더 커져가고 있다. 내년은 올해 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핵심은 교수와 학생들이 지치지 말도록 건양대 측이 양질의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교수진들은 창의 인재 양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달라진 대학 강의실, 그곳에서 학생과 교수가 융복합이라는 열매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음을 기대해 본다.또한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7년 2월, 창의융합대의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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