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그런데 당신이 일을 하고 있다면 결론은 단순하다. 월급은 적고 떼이는 돈은 많아졌다. 매년 물가는 오르고 세금은 늘어나고 있는데 수입은 빤하다. 경제 인구는 줄어들고 부양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정치공약들로 나라 돈이 빠져나가고 그 돈과 이자를 메우기 위해 다시 세금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나라와 지방과 개인이 빚더미에 앉아 있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이 판국에 서로 구명조끼를 뺏어 입으려고 싸우고 있다. 배를 살릴 수는 없는 걸까?
요즘 사는 사람들은 정치와 경제, 사회를 모조리 꽤 차고 있어야 삶에 대처하며 살 수 있는 것 같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이 좋은 정보이며 참인지를 가려낼 줄 아는 현명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각종 사기가 난무하고 연대보증 채무 후유증에 고금리 이자까지 정말 살기가 어렵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푸념일 수도 있다. 필자의 증조부는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이때 집 안 살림을 모두 팔아 독립자금으로 헌납해 집에 쌀이 없어 밥을 굶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고 하셨다.
또 필자의 부친은 어린 시절에 거의 매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농사일을 해야 했으며, 해방 후에는 6·25전쟁으로 마을이 폐허가 되었고, 도시락은 꿈도 못 꾸고, 점심은 수돗가의 수돗물로 대신했고 하셨다. 그러나 필자의 부친은 청빈한 삶을 사셨으며,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오랜 기간 국위를 선양하셨고, 고향 청양에서 지역민들의 신임으로 충남도의원을 4선이나 하셨다.
필자의 이모부는 15살 때 6·25전쟁이 일어나 해주에서 북한군에 잡혀 단체로 매장되는 구덩이로 끌려가다가 미군의 폭격을 틈타 도망가 땡전 한 푼 없이 혈혈단신으로 남한으로 피란을 와 집 없이 그냥 혼자 길거리에서 살면서 구두닦이와 배달, 국수가게 점원 등의 일을 하며 사셨다. 그러다가 보르박꾸(종이박스)를 구해 한 평짜리 움막을 짓고 겨우 이슬을 피하고 살았고, 가톨릭의대 1기로 의학공부를 해, 가톨릭대학 의과대학 교수를 하시다가 미국 오리건주로 이민해 가정의학과를 개업의로 경제적인 안정과 명성을 얻으셨고 훌륭한 삶을 사셨다.
선조들은 모두 어려운 시대를 겪고 삶을 이겨내신 분들이다. 지금은 노인이 되어 초라해보일지라도 누구나 산업역군이셨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셨던 분들이다.
요즘 사람들은 왜구의 침입으로 노략질을 당한 적도 없고 탐관오리가 괴롭힌 적도 없으며, 임진왜란을 겪지도 않았고, 6·25전쟁으로 평양에서 부산까지 솥단지를 이고 걸어서 피란 간 적도 없다. 겨울철 겪었다는 보릿고개도 모르고 살았고, 집에 쌀이 없어 학교에 도시락을 못 가져간 적도 없으며, 북한 주민처럼 배고픔이 괴로워 꽁꽁 언 대동강을 맨발로 넘어온 적도 없다. 세계경제가 어쩌니저쩌니 하는 건 잘 모르겠다. 공부가 어렵고, 운동이 어렵고, 취업이 어렵고, 장사가 어렵고, 직장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에 비하면 우리의 고통이 푸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러니 열심히 살자. 비록, 아직 세계와 싸워 이길 만큼의 힘을 만들지는 못했으나 내 반듯이 노력하여 훌륭한 제자를 키워 정의롭고 우직하게 나라를 이끌 인재를 만들어 내겠노라는 다짐을 했다.
요즘 대학은 취업이 최우선 과제다. 역사 이래로 대학이 직업전문교육기관이었던 적은 없었다. 어느 순간 학문과 교육을 주업으로 했던 대학과 교수들이 취업률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취업 인기학과는 뜨고 기초학문 분야는 무너지고 있다. 교육을 위한 회초리를 들면 학생들의 불만으로 강의평가가 나쁘게 나오고 교수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교수들에게 지금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다. 이에 최고의 화두도 취업이다. 그런데 정작 취업할 곳은 많지 않다. 필자는 청년들에게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창업도 해 보고 해외로 진출해 보기를 권한다. 누구나 졸업과 동시에 번듯한 직장을 잡고 싶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음은 미리 깨달을수록 약이 된다.
필자는 우리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제자들이, 청년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 선조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이 나라에서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세상을 살기를 바라며,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힘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