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연 변호사 |
먼저,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간선제로 선출하고 그 임기를 6년으로 늘렸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여 입법기관이 아닌데도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긴급조치권'을 항시 선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아가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황당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유신시대에는 의미있는 경제발전은 이루었어도 정치적 기본권은 암흑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거의 없었다. 유신을 찬양하거나 최소한 침묵을 지키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유신체제를 비판하거나 정치적 기본권이나 노동 3권을 입에 올리면 긴급조치위반으로 바로 체포되었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그 유신시대를 지금에서도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분들이 있는데, 최소한 그 시절의 어두운 부분도 깊이 성찰하고 나서 칭송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억압된 분위기의 유신시절이 한창인 1975년 10월 8일. 용감한 여성 국회의원이 생겼는데, 신민당의 김옥선 의원이다. 김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당시의 경색된 사회 분위기를 문제삼으며 인도차이나 반도(베트남,캄보디아)의 공산화 이후 전국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안보궐기대회를 '관제'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런 발언조차 금기시되었다.
그 발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공화당과 유정회는 법석을 떨며 발언을 중단시키고, 이를 문제삼아 김의원을 제명하기로 하고 신속하게 법사위원회에서 그 징계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른바 '김옥선 파동'이다. 당연히 신민당 의원들은 분개했고, 김옥선 의원과 운명을 같이 하자며 결의를 다졌으나 그것도 잠시, 유신정권의 시퍼런 서슬에 힘 한번 못써보고 물러나게 되었고, 오히려 김영삼 총재는 김의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이에 김의원은 굴복해 자신사퇴를 했는데, 사실상 제명된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후인 1979년 9월 29일. 공화당과 유정회는 이번에는 야당 총재인 김영삼 의원을 제명시켰다. 이유는 YH무역의 여성 노동자 172명이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며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였는데, 이를 김영삼 총재가 격려하며 받아주었다는 것과 그 시경 있었던 김총재의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사대주의 발언에 해당되어 국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천하의 몹쓸 사람을 제명한다고 한 것이었지만, 실상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최고 통치자에 대한 과잉충성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는데, 또다시 같은 현상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어 당황스럽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으므로 내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라고 했다. 장의원의 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고, 흔히 하는 정치공세의 일종인데,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이라며 크게 문제를 삼고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황당할 따름이다.
양승조 의원도 “유신독재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은 정보부를 만들어 이용하다가 암살까지 당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그런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발언의 취지는 박근혜 대통령도 암살당할지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정보부를 이용해 통치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새누리당만 과잉으로 문제를 삼으며 역시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 전원은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12월 10일 국회 윤리위원에 제출했는데, 그 일사불란함도 놀랍다.
정말로 '유신의 부활' 소리를 듣고 싶은가.
이런 과잉 대응이 실은 박근혜 대통령을 오히려 부담스럽게 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국격을 하락시키는 것은 아닐까. 야당의원의 단독발언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 집권여당의 아량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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