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께 동구 옥계동에 거주하는 김봉혁씨(77)는 동네 마실을 나왔다가 골목길 대문 앞에 붙어있는 도로명주소 명판을 보고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암로 13번길에서 건너편길이 17번 길로 바뀌는 이유도 통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김봉혁씨는 “나이가 들면 그동안 썼던 동 이름이 머릿속에 굳어져서 숫자로 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검색이나 주소 변환하는 것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그냥 기존 방식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이와 달리, 같은 날 동구 대동지역 골목길에서 만난 중국음식점 대표 송재호(52)씨의 경우, 도로명주소에 대해 현재는 어렵지만 차차 익숙해질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나타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도로명주소를 이용하는 만큼 배달업종을 하는 사람으로서 도로명주소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며 “광범위한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차차 외워지면 오히려 배달하기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1월1일 도로명 주소의 전면 사용을 앞두고 전환된 도로명 주소 활용에 따른 긍정적인 기대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조기정착이 그리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안전행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기존 주소가 아닌 도로명주소를 전면 시행한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에는 이름을, 건물에는 번호를 부여해 '도로명+건물번호'로 구성한 주소 체계다. 도로는 폭에 따라 '대로' '로' '길'로 구분되며 대로는 폭 40m 또는 8차로 이상, 로는 폭 12~40m 또는 2~7차로, 길은 대로와 로 외의 도로를 말한다. 건물번호의 경우, 도로 구간별 기점에서 서에서 동쪽, 남에서 북쪽의 도로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가 부여된다.
이 같은 도로명주소 전환으로 우선 유통시스템에서 확연하게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 주소와 달리, 도로명을 따라 우편물, 음식류 등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 사건·사고 발생 시에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대전시 소방본부나 대전경찰청에서는 출동 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의 효과에 대한 기대와 달리, 조기 정착의 길은 멀기만 하다. 우선 노년층은 새로운 주소 전환 환경에 소외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도로명 역시 첫 기점이 되는 도로에서 분리된 골목이나 도로에 번호는 매기는 방식이다. 그 숫자에 10을 곱한 값(m)이 첫 기점과의 거리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의미에 대해서 노년층은 물론, 일반인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도로명주소 명판의 크기도 도로마다 제각각이어서 비상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물명판도 대문옆 담벼락에 설치된 곳이 있는가 하면 대문 기둥 안쪽방향으로 설치돼 확인하기가 어려운 곳도 많다. 건물명판의 경우, 야간시간대 불빛이 비쳐야만 확인이 가능한 일반 반사판으로 돼 있어 비상시 도로명주소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도로명주소 명판을 훼손할 경우,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처벌된다”며 “훼손 등에 대한 관리는 자체적으로는 쉽지 않아 지난달 충청지방우정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집배원들이 신고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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