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필 목원대 미술학부 교수 |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평이한 삶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생활의 원형을 뛰어넘는 치열한 실존의 세상 그 이상의 세계에서 겪어야하는 고독과 고통이 언제나 꼬리를 물고 수반하는 삶의 연속인 것이다. 그 지고지순하고 때론 경외적인 예술가의 등고선이 삶 속에서 뿌리 깊이 박혀있는 현실의 무게가 가족이라는 굴레도 한목 할 것이다. 늦은 밤 작업실에서 돌아와 한 이불을 덮고 뒤척이는 만상의 슬픈 고독이 있다. 그것은 아내와 자식들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아픔이다.
두 번째는 현장에 대한 소통과 대응들이 예술가를 더욱더 주눅 들게 한다. 사회와 인간 그 속에 소리 없이 몸부림치는 예술가들의 힘겨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부조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도 결코 그 정신과 영혼만은 꺾이지 않고 이 세상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가파른 삶의 현장들이다.
세 번째의 아픔은 새로움에 대한 열망적 예술의 혼이 생동하고 있지 않을 때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켜 새로운 기운으로 소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창작의 투쟁이 그것이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부단한 노력으로 작품을 만드는 일 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휴식을 주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로서 스스로 자신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위한 일임도 끊임없는 성찰과 굽히지 않는 신념을 지켜야한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 없이 많은 세상의 지식과 현실에 부딪히는 투쟁의 현실 경험도 풍부하고 폭넓게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철학과 서로 융합하고 깊이 있게 쌓여져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확고한 예술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비로소 예술다운 예술의 본향의 길이며 예술가로 살아가는 자들의 필수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아주 반갑고 감사한 운산(雲山) 조평휘 은사님의 기쁜 소식에 다시 한번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자신감과 뿌듯한 용기가 솟아나는 열정을 감지했다.
며칠전 은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그분의 어조에는 무엇인가 들떠있는 깊은 충만이 서려 있었다. “내 얘기 들었어? 어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다녀갔어… 초대 전시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계약을 하고 갔어.” “잘 되었습니다 교수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찾아뵙겠습니다.” 며칠후 같이 근무하는 교수님과 중촌동에 있는 은사님 화실을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포근함을 잃지 않으시는 인자한 은사님의 모습에는 더욱 더 강건함과 평안함이 돋보이게 빛났다. 은사님을 뵐 때마다 언제나 그러하듯 끊임없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에 관한 지혜를 펼쳐놓고 계신다. 특히 후학들을 지도하셨던 교직에서 퇴임 후 더욱 그러하신 듯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점이 있는데 새로 나온 미술서적이나 변화되는 시대적 현대 서적들을 수시로 구입 하신다. “요즘엔 시대가 너무나 빨라서 그때 책을 사두지 않으면 금방 절판돼, 내가 다 읽지 못하더라도 우리 제자들이 읽어서 학문을 넓이면 되겠지.” 하시면서도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에 서운함을 감출 수 가 없나보다. “교수님, 전시 작품과 전시장 규모는 어떠신가요?” “500평정도 된다는데 뭐 그 까짓게 대수야! 100평이라도 채우지… 작품 표구도 미술관에서 해준다니 대작들만 해도 다 채우고 말지!”
은사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제자된 자로서의 게으름이 한층 은사님의 경외감으로부터 짓눌러진다. 또한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감사 하시던 동행하신 선배 교수님의 각별한 은사님의 대한 지극한 공경심도 또 다시 큰 배움으로 남는다.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 예술가로 성공한다는 것, 자신이 하는 일에 자족감과 그 안에서의 행복을 깨닫는 것은 오직 자신으로부터 출발이며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년 3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운산(雲山) 조평휘 은사의 초대전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대관산수의 진수와 평생 임천(林泉)에서 노니셨던 평온함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든 분들이 감동으로 가슴에 담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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