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대전 유성구 KAIST 태울관 입구에 붙은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들이 읽고 있다. 사회현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벽보 바람은 고대에서 시작해 전국 대학가와 고교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려대 대자보에 대한 일종의 '응답 대자보' 성격으로 지역 대학생들의 사회 풍자가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남대 모 학생이 교내에 붙인 대자보는 '아니요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시작했다.
그러면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중략)…이 비운한 시대에 우리 일이 아니라며 사회문제를 외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고 자조했다. 마지막으로 “안녕하기 위해 내가 나서지 않는다면 세상이 아니 우리 가족이 아니 우리가 안녕해질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한밭대 학생도 대자보를 교내에 게시했다. 자신을 '13학번'이라고 밝힌 학생은 민주주의가 위축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같이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이 학생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렵게 지켜져 우리에게까지 내려왔다”며 “이번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고 '나하나라도 더'가 맞는 때인 것 같다”고 썼다.
이어 “저는 이제 안녕해지기 위해 이글을 쓴다”며 “또 함께 안녕하고 싶은 사람들과 민주적이고 곡해 없는 사회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충남대와 KAIST, 대전대, 천안 상명대 학생도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 또는 웹 대자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대자보 행렬은 비단 대학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고등학교로도 이어졌다. 서대전여고 모 학생은 최근 학교 벽에 '불행히도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 학생은 “수없이 많은 분이 피로 세운 민주주의가 이리도 쉽게 무너지는 것에 억장이 무너지듯 하다”며 “어떤 정치관을 갖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길 바란다.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끝을 맺었다. 서대전여고는 대자보가 붙은 직후 철거했으나 이 과정에서 “왜 대자보를 떼어내느냐.”라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서대전여고 외에 청란여고에도 비슷한 대자보가 붙어 학교 관계자가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대자보와 관련해 학교 측에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며 “하지만, 평소 정치적인 글이 학교에 부착되지 않도록 당부를 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강제일·박수영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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