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법원은 교사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무슨 사연일까.검찰이 밝힌 교사 A씨의 범죄사실은 이렇다.
A씨는 2005년 9월부터 해당 고교의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던 중 2008년 4월 학교법인 이사장이 B씨가 정식 채용 대가로 1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A 교사는 한 달 후쯤 이사장의 아파트에 찾아가 현금 1억원을 건넸다. 그런데 이사장인 B씨가 1억원을 받은 지 9개월여만에 사망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B씨 사망 3개월 후 아들이 이사장에 취임하자, A씨는 2009년 6월 신임 이사장을 찾아가 1억원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이사장은 반환 대신 정식 교사 임용을 수차례 제의했지만, A씨는 '합격할 자신이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A 교사는 기간제 교사의 근무기간이 4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8월 해당 고교에서 퇴임했다. 하지만, 4개월 후 같은 고교에서 치러진 신규 교원 채용에 응시해 합격해 정식 교사가 됐다.
이에 유족 중 일부가 1억원은 정식 교사 채용 대가로 건넨 돈이라며 A 교사를 배임증재로 고발했다. 검찰도 이를 인정해 A씨를 기소한 것이다.그러나 변호인 측은 '고액의 기자재 취급에 대한 보증금 명목'이라며 채용 대가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정식 교사 채용 대가라는 의심이 들지만, 당사자가 아닌 유족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결정적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정식 교사 채용 목적으로 1억원을 교부한 것이라면 피고가 신임 이사장의 제의를 거절하면서 완강하게 반환을 요구하기보다 제의를 수락하고 정식 교사 채용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억원 교부 후에도 제빵기능사와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기간제 교사 근무기간이 종료할 것을 대비했다”며 “정식 교사 채용을 위해 돈을 교부한 것이라면 자격증들을 취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