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러면 왜 이렇게 법과 도덕을 구분하려고 하는 지 독자들은 의문이 들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확신범의 문제다. 양심적 집총거부-즉 법적으로 주어진 병역의무에 대해 전쟁을 거부하고 오로지 평화로운 방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군대생활을 거부했을 때에 도덕과 법이 충돌한다. 이때에 이르러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할 여지가 없이 정당한 것이지만 만약 이를 전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 군대 자체를 없애야 한다면 결국 국가를 방위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대단히 비현실적이어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는 도덕적인 의미에서의 개인적인 확신과 공동체의식, 바로 사회연대의식으로서 도덕적인 문제가 법적인 문제로 비화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대의 존재 자체까지 부정한다는 것은 국가 내에서,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가방위를 위한 군대생활은 실질적으로 인간적인 도리이며 도덕에도 적합한 것이다. 바로 도덕은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공동체라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연결돼 있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도덕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저항권 또는 시민불복종의 문제이다. 저항권이란 법에 순종하는 것이 정의에 현저하게 반하여 법에 따르는 것에 대하여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사실 저항권이란 말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다. 왜냐하면 법에 의하여 인정된 것이 권리인데 법을 거부하는 권리를 법이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법에 반할 권리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적 불법'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 - 저항권은 오늘날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의 철도노동자의 파업의 문제,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 천안함 사태, 더 나아가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뒤 흔들고 있는 문제들이 바로 법과 도덕의 충돌, 저항권 등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자.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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