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순]성숙한 지방분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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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중순]성숙한 지방분권을 기대하며

[중도마당]권중순 대전시의원

  • 승인 2013-12-16 14:07
  • 신문게재 2013-12-17 16면
  • 권중순 대전시의원권중순 대전시의원
▲ 권중순 대전시의원
▲ 권중순 대전시의원
분권은 탈권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10여년 앞서 지방분권을 추진한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분권은 그 속성상 싸워서 권한을 뺏어 와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의 상징인 중앙정부는 현재 쥐고 있는 권한과 재원 등을 좀처럼 넘겨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가 2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충분한 지방자치권이 없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제라는 명목 아래 분명하게 새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빈집만 물려받은 것이다. 마치 자식이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분가를 하였으나,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은 주어지지 않고 밥숟가락과 반찬까지 간섭받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지지, 지방재정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8대 핵심정책추진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분권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제대로 지방분권이 이행될지 의문이다.

유럽 각국의 사례를 보면 국가경쟁력은 지역경쟁력강화를 통해서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담긴 헌법에 기초하여 중앙정부의 역할을 전국적·통일적 역할에 한정하고,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사무를 지방정부에게 부여하고 있는 독일과 스위스 등은 가장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발전 주체는 국가가 아닌 지방정부임을 의미한다.

현 정부의 집권시대는 장기 저성장경제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국가 발전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방정부를 국가발전동력으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 지방을 국가발전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청기관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주체로 인정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지방분권이 절실하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15년 동안 지방분권 관련 특별법까지 만들어 대통령 국정과제로 지방분권을 추진했음에도 중앙정부의 비협조로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현 정부의 지방분권과제 추진의지가 정권초기에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을 우선 국정과제로 채택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은 중앙집권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지역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국가발전을 견인하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국가과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치입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외국 어느 나라에도 없는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 벌칙제정에 대한 법률유보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과 국가경찰제도를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 시·도-시·군·구 단위의 자치경찰로 개편해야 한다. 국가의 지방특별행정기관의 기구, 인력, 예산은 대폭 지방정부로 이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방분권과제는 중앙정부 각 부처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과제이므로 논의하는 과정에 지방자치단체 협의체 관련 인사를 참여시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방분권 국정과제 로드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역대정부의 경험상, 대통령의 임기 초기에는 지방분권이 추진되는 듯하다가도 대통령 임기 중반부를 넘어서면 각 중앙부처는 산하기관 단체 까지 동원해 '시간 끌기'를 통해 지방분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약화시켜 왔던 것이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행태다.

지방분권은 국가발전의 단계, 분권화를 강화해 가는 선진국의 추세, 그리고 국민들의 민주의식 수준에서 볼 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즉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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