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비바람을 피할 가림막 하나 없는 노상에서 공영주차장 요금을 받는 징수 요원들이다. 12시간 근무 동안 휴식이라는 건 방석 한 장 깔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게 전부였다. 온 종일 추위에 몸부림치는 이들과 달리 차에서 내린 운전자들은 잽싸게 빌딩 속으로 사라지거나, 1000원짜리 한 장을 던지듯 건네고 차를 몰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대전 각 구청이 민간에 위탁한 노상주차장이 도심 속 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주차구획선만 긋고 민간에 위탁할 게 아니라 적절한 근무환경을 만든 후 공영주차장 관리를 위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간에 위탁해 운영되는 대전의 공영 노상주차장이 최소한의 근무환경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추위를 피할 곳 하나 없이 길 위에서 12시간을 지키고 있거나, 보험이나 의복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다. 시청 앞 공영 노상주차 관리요원 최모(65) 씨는 “공중전화 부스 크기만한 시설이라도 있으면 언 몸도 녹일 수 있겠지만, 그걸 누가 설치해주겠나”며 “비 올 때는 건물 처마밑에, 눈 내릴 때는 그냥 맞고 일한다”고 말했다.
사실 별도의 근무시간도 없다. 통상 공영 노상주차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지만, 그 시간 이후에도 주차 요원 상당수는 자리를 지키는 실정이다. 교대근무도 없어 점심과 저녁 식사는 거리에서 서서 먹거나, 인근 건물 복도에 앉아 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대덕구 송촌동 공영 노상주차장 징수 요원 손모(72) 씨는 “밥은 차량 이동이 뜸할 때 아무 때나 먹고 의자에 식판을 올려놓거나 그냥 바닥에서 먹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영주차장의 관리를 민간 업체에 위탁했다는 이유로 자치구들이 이들의 근무방식과 여건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치구가 이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근무할 때 착용할 여름용 조끼나 모자, 완장 정도가 전부이고 그나마 규정된 옷차림을 준수한 요원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공영 노상주차장은 자비를 들여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비닐로 얼기설기 만든 움막형태로 비바람과 추위를 피하는 실정이다.
공영주차장 요금 징수 요원임을 확인할 수 있는 통일된 복장이나 신분증도 없는데다, 근무환경도 열악해 주차장 이용객들과 실랑이도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동구 공영 노상주차장 한 징수 요원은 “구청에서 우리를 교육할 때는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준공무원이라며 친절을 강조하지만, 어떻게 일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허허벌판에서 일하라고 그냥 던져놓는 것과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안ㆍ유희성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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