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성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3년 하반기 대전충남총장협의회에 참석한 지역대 총장들은 교육부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일제히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잣대를 적용, 결국 지방대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밭대 이원묵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을 균형발전 차원에서 해달라는 건의를 교육부 장관 등에게 수차례 했지만, 지방대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며 “조만간 교육부의 2차 권역별 공청회가 열리는 데 지방대에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위기에 처해있는 지방대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서울의 우수한 대학은 (정원감축을) 자율적으로 맡긴다는 정책기조가 살아 있기 때문에 우수한 대학이 집중된 수도권은 구조조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병조 금강대 총장은 “특정 학생이 지역 국립대를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하고 서울의 사립대에 가는 실정에서 지방대가 서울권 대학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구조조정 정책도 서울권 대학과 지방대를 똑같은 평행선상에 놓는다면 문제가 있는 정책이다”고 균형발전이 강조돼야 함을 주장했다.
건양대 김희수 총장은 최근 자체적으로 파악한 정보를 언급, 관심을 끌었다. 김 총장은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로는 전국 대학 정원을 10%로 똑같이 줄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렇게 되기만 해도(지방대로서는) 좋을 것 같은데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고등교육을 맡은 입장에서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역시 지역 균형발전에 무게를 뒀다.
지방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상철 충남대 총장은 “대학 정원을 줄일 때 서울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소나기는 지방대가 맞기 마련이다”며 “정부가 지침을 명확히 정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만철 공주대 총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서 총장은 “정부가 충청권, 호남권 등 광역별 카테고리 내에서 구조조정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평가하고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고 거들었다. 총장협의회는 이날 나온 의견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제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강제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