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의심까지 받았지만 “이 모든 관심이 고맙다”고 말하는 배우 김윤경은 자신에게 첫 악역 도전의 기회를 준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을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김윤경은 1998년 R.ef 뮤직비디오 '네버엔딩 스토리'로 데뷔했다. 데뷔 이후 15년, 결혼도 하고 출산도 했지만,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항상 착하고 당하는 역할만 맡아왔기에 '왕가네 식구들' 출연은 그녀에게 큰 도전이었다.
김윤경이 '왕가네 식구들'에서 연기하는 은미란은 이보다 더 얄미울 수 없는 캐릭터다. 낯선 남자에게 1억 원 카드를 건내며 “만나 달라”고 하더니 가정도 버리고 같이 살게 된 남자에게 돌연 “당장 꺼지라”고 눈이 오는 한 겨울에 쫓아 버렸다. 이를 항의하려 찾아온 남자의 가족들에게도 “왜 시끄럽게 구느냐”고 언성을 높렸다. 안하무인에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다.
김윤경은 “예전에 슈퍼나 백화점에서 '힘내라'고 말했던 아줌마 팬들도 '왕가네 식구들' 출연 이후로 나만 보면 수군댄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변화가 “마냥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절 보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말하는 분도 계시고, 기분 나쁘게 훑어보세요. '이렇게 하니 이런 반응이 오는구나' 싶어요. 연기 변신을 펼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연기 변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김윤경은 은미란을 연기하기 위해 몸만들기부터 돌입했다. 하루에 물을 3리터씩 마시는가 하면, 채소 등을 먹으며 식단을 조절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물을 마셨다.
“미란은 세련된 캐릭터잖아요.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몸매를 드러내는 의상을 입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물을 먹었는데요. 체중은 변함이 없는데 사이즈가 바뀌더라고요. 55사이즈에서 44사이즈가 됐어요. 성형수술 했냐는 말도 듣고요.(웃음) 역시 여자는 꾸며야 하나 봐요.”
외모 뿐 아니라 완벽한 연기로 얄미운 은미란을 연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김윤경은 은미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여자”라고 평가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4살 아들의 엄마인 인간 김윤경이 보기엔 은미란은 용서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것.
“제가 맡은 배역이니 은미란 욕은 못하고 은미란과 불륜을 펼치는 허세달 역의 오만석 씨에게만 화를 내요. 대본 연습 할 때에도 등짝을 때리면서 '조강지처한테 그러면 안된다'고 하고요.(웃음)”
“은미란이 나쁘다”고 하면서도 김윤경은 “문영남 작가께 더 세게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왕 하는 거 길에도 못 다닐 정도로 세게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은미란으로 뭔가 사건이 더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은미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으면서도 은미란을 두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은미란은 외로웠던 것”이라면서 “같이 있어준 첫 남자가 허세달이라 빠졌던 것 같다”고 은미란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결국 허세달도 은미란이 아닌 돈을 사랑했던거다”며 “진짜 사랑을 못 받았으니 얼마나 불쌍하느냐”고 옹호했다.
은미란으로 변신하면서 얻은 기쁨이 컸던 만큼 “앞으로도 연기 변신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왕가네 식구들'을 준비하고,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면서 잠들지 못했어요. 이 두근거림을 계속 느끼고 싶어요. 이번엔 악녀를 했으니 다음엔 정말 재밌고 코믹한 역할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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