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영 대전대 평생교육원 미용학 주임교수 |
노인의 센 머리털이 검어지고 젊어진다는 말이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인들의 미용의 역사는 오래된 유물이나 벽화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머리카락이나 눈썹, 수염의 색깔을 바꾸어 표현하는데 관심이 있었고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본능은 인류의 기원과 거의 같이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 사설시조 중에 '백발에 화냥 노는 년이 젊은 서방질하려고 센(흰)머리에 흑칠을 하고…'라는 기록이 있다.
일본은 전국시대 나이든 무사들이 적에게 나이를 속이려고 흰머리를 염색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서양은 고대 이집트시대인 BC1500년경부터 천연 식물성 염료인 헤나(Henna)를 이용해 모발염색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파라오(왕)의 무덤에 화장도구와 함께 헤나분말을 넣어 두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금발을 만들기 위해 햇볕아래 장시간 앉아서 모발색이 밝아질 때까지 기다렸고 기름과 재를 혼합해 모발에 발라 탈색시키기도 했다. 천연재료를 이용한 동·서양 선조들의 모발염색에 대한 미적욕구가 지극했음을 알 수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를 지나 19세기에 이르러 천연재료가 아닌 합성염모제의 개발로 염·탈색의 획기적인 발전이 시작됐다. 1863년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인 모네사가 백색염모물질인 파라페닐디아민(PPDA)을 발견해 염모제로 사용허가를 받은 이후 흰머리 커버에 사용됐다.
요즘처럼 다양한 색상의 염모제가 등장한 것은 20세기 들어서였지만, 이 염모제는 물과 알코올에 쉽게 녹고 산화되며 천연염료에 비해 확실히 모발에 자연스러운 색상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 들어 보색기술과 하이라이트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색의 헤어스타일이 유행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컬러TV의 보급, 해외여행의 자유화, 88서울올림픽의 개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염색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염색은 단지 흰머리만 감추는 정도에 그쳤지만 오늘날의 염색은 눈동자와 피부색, 즐겨 입는 의상색, 그리고 모발색이 함께 어울리는 토털 코디네이션(Total Coordination)이 강조되고 있다.
훌륭한 스타일을 연출해내는 일은 오랜 시간 숙련을 통해서 작품으로 완성되는 일이고 개성표현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바로 염모제가 피부와 모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염색제가 염모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피부의학상의 문제가 없어야 하고 원하는 색상대로 염색이 나타나야한다. 새로운 산화염료나 수정제가 계속 출시되지만 아직까지 염모제에 의한 부작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그 주요 원인 물질로는 파라페닐디아민, 파라톨루엔디아민 등 디아민계의 산화염료를 들 수 있다.
영구염모제에 포함되어 있는 아민계 색소에는 페놀성분이 들어 있다. 젊은층의 멋내기를 위한 밝은 염색보다는 붉은 갈색, 검정색소를 지닌 염료에 다량의 페놀성분이 포함돼 있다.
염모제들을 바르게 사용하기만 하면 대개 안전하다. 하지만 염모제는 강한 알칼리성 제품이며 강한 산화제를 포함하고 있다. 약액의 혼합과정 중 생성물 및 기타 첨가물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며 민감한 기질을 지닌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영구 염모제의 시술이 처음인 사람과 알레르기 반응이 예상되는 고객은 반드시 패치테스트(Patch test)를 해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유럽은 2010년 패치테스트가 제도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제품회사에서 사용설명서를 고지하고 있어 책임은 없고 사고 발생 시 시술자가 법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 중, 노년층의 염모제 사용이 증가하는 만큼 미용 전문가들은 패치테스트를 꼭 필요한 중요 절차로 인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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