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대학은 자신이 평생 종사할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며,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성인으로서의 인격을 도야하고 폭넓은 경험을 쌓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학과를 가야 하고, 그 학과가 있는 대학은 어디어디가 있으며 그 가운데 내 성적에 맞는 대학은 어디인가를 알아볼 것이다. 또 그 대학의 학풍은 어떠하며 그 대학의 전통은? 또 선배들의 사회 진출은? 등을 생각하며, 필요하면 그 대학을 다니는 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또 부모형제나 친척들의 조언을 받기도 하여 최종적으로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대학 선택 과정은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들이 수능점수가 기록된 종이쪽지를 들고 대입전형 특강을 하는 곳으로 몰려다니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꿈을 생각하고 미래의 비전을 생각하며 대학을 선택해도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인데, 점수만 들고 그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 학과를 부모가 대신 선택하고 결정해 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입시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있어서 이들에게 몇십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자녀의 학과와 대학을 결정짓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물론 대학의 전형 방법이 모두 제각각이고 3000~4000여 가지나 된다고 하니, 학교 선생님도 그 방식을 다 알 수가 없고 부모들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성년이 다 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손에 그것을 맡긴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은 꿈이나 목표가 없는 수험생들이다. 해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학박람회를 여는데 그곳에 나가보면 수많은 학생들이 꼬깃꼬깃한 수능 성적표 한 장씩을 들고 각 대학의 상담교수를 찾아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대한 질문보다 자신의 점수가 이러이러한데, 여기에 맞는 학과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과, 이과조차도 의미가 없을 때도 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 졸업을 목전에 둘 때까지 자신의 꿈 하나 없이 지내왔다는 것을 과연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할지 아연실색할 뿐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늘 '꿈을 심어주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해진 정규 시간 안에서 특별교육을 실시한다거나 그 비용을 별도로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이러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대학에서는 매 신학기 초에 4주 동안 '동기유발학기'라는 것을 시행한다. 이는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그 꿈을 더욱 견고하게 키우고 실현시킬 수 있도록 북돋워주고, 미처 꿈을 갖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점수에 맞추어 학과를 선택했더라도, 4년 동안 어떠한 교육과정을 거쳐 어떻게 진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 청사진을 그려보도록 하는 것이다.
젊은이가 꿈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동기유발학기가 끝난 뒤 학생들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이고, 무엇이든 도전하려는 진취적인 기상을 갖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아왔다. 학생들이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꿈'을 키워주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이번 입시에서 또 수많은 수험생들이 대학의 문을 두드리게 될 텐데,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그 꿈을 향해 순조로운 첫발을 내딛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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