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복합터미널 내에 심정지 응급처치용 심장자동제세동기가 안내판에 가려져 있다. |
10일 오전 대전 동구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 유동인구가 하루에도 수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이곳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 중 갑자기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겨 쓰러지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장박동이 갑자기 멈추면 4분 내에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대전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응급장비가 눈에 띄지 않는다. 터미널과 역대합실 직원들조차 응급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다. 실제 기자가 응급장비인 제세동기를 찾아다녔더니, '보물찾기'보다도 어려웠다. 상점과 매표소가 한 공간에 있는 탓에 작은 우체통만한 제세동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승차장 승무 요원에게 묻고 대합실 내 종사자에게 물어도,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봐라'고 하거나,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답만 들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공기관 및 다중이용시설은 심정지환자의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 확보가 의무가 됐다. 이에 따라 철도역 대합실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은 전기충격을 심장에 보내 심폐의 소생을 유도하는 심장 자동제세동기 등을 갖춰야 한다. 물론, 대전복합터미널 대합실에도 제세동기 1대가 있다. 그러나 대전복합터미널 내 심장 자동제세동기는 안내판으로 가려져 있었고, 소화기처럼 별도의 안내표시가 없어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는 대전역 대합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전역에는 2대의 자동제세동기가 있지만, 위치를 안내하는 표시는 없었다. 대전과 충남소방본부는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급성심장정지 환자 발생으로 모두 1883차례 긴급 출동했다. 하루에 6건, 한 달에 180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또 문화동 세이백화점은 제세동기를 하나도 확보하지 않았고, 롯데와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응급장비를 갖췄지만, 모두 지하 3층 등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곳에 있었다. 특히,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상당수가 심정지환자를 위한 응급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심정지 발생 건수의 60~70%가 비공공장소에서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에서, 대규모 공동주택에 응급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장비 확보를 꺼리고 있다. 1000세대가 넘는 동구의 모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0만원을 넘는 가격 때문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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