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대전 둔원초 교사 |
2학기 들어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 '놀이연구회'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어릴 적부터 공부는 몰라도 노는 거 하나는 자신 있던 내가 '놀이'라는 말에 꽂힌 거였다. 집에 돌아와 초등 교사인 남편과 '놀이연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고 재미있는 공부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의 생각과 마음이 맞는 몇몇 선생님들을 모아 우리 연구회는 드디어 놀이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9월 말부터 시작해 겨우 한 달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 동안 많은 것을 깨닫고 알게 되었다. 그 중 얼마 전에 받은 놀이 연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사가 준 재료로 딱지도 접고, 실뜨기도 하며 내가 그 동안 알고 있었던 놀이는 너무 단순하고 시시했다는 것, 놀이의 세계가 그렇게 방대하고 심오하다는 것, 학생들에게 놀이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잘 노는 아이가 똑똑하다', '놀이 속에 배움이 있다', '놀면서 배운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놀이'와 '공부'는 별개가 아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들은 공부를 위해 놀이를 포기해야 한다. 노는 건 학교 가기 전, 유치원 때나 하는 거라고 얘기한다. 게다가 재미있게 놀고 있으면 공부 안 한다고 꾸중을 듣는다.
얼마 전에 우리 반 1학년 학생들과 가게 놀이를 했다. 1교시부터 가게 놀이 계획하기, 준비하기, 역할 정하고 놀이하기, 정리정돈하기 등으로 4교시까지 재미있게 가게 놀이를 하고나서 하교 인사를 하는 순간, 우리 반 여학생의 말 한 마디가 내 머리를 때렸다. “선생님, 오늘은 공부 하나도 안 했어요.”
요즘 학교는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폭력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서로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고 움츠려 있어야 한다. 놀다가 싸우거나 화가 나서 주먹이라도 휘두르게 되면 큰일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학원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동네 놀이터와 공원은 노는 아이 하나 없이 휑하니 쓸쓸하기 그지없다.
내가 어릴 적엔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학교 운동장에서, 동네 공터에서 아이들이 몰려나와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신나게 놀았었다. 너무 오래 놀아서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저녁 먹으라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졌었다. 삭막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도 이런 추억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나중에 어린 시절 무엇을 추억하게 될는지.
얼마 전, 신문에서『 당장 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친구와 놀게 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미래사회에는 현재 각광받는 직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할 것이며, 유망직종 또한 달라질 것인데, 지금까지의 교육내용과 방법으로는 그런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협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게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능력을 기르는데 있어 '놀이'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이라면 누구나 놀이를 좋아할 것이다. 공부 속에 놀이가 있고, 놀이 속에 공부가 있다면 공부하는 것을 싫어할 학생 또한 없을 것이다. 학교에 가면 같이 놀 친구가 있고, 놀이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업 시간이 있다면, 지금보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 오는 것이 즐거울 것이고, 친구끼리 다투거나 미워하면서 학교폭력을 일삼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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