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도에 따르면 송전선로 실태조사는 안희정 지사의 지시와 계속된 지역주민들의 호소에 따른 것으로, 송전탑과 관련해 도 차원에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전국 처음이다. 현재 실질적인 회의를 한 차례 갖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아직 세부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가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실태조사와 함께 자료가 축적되면 해당 자료를 토대로 정부에 건의할 사항은 건의하고 타 지역보다 주민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정밀검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범위가 넓고 세부내용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지역은 당진, 태안, 보령 일대에 전국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밀집돼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4142개의 송전탑이 설치돼 있다. 이는 경기(6559), 경북(6073), 강원(5268), 전남(4665), 경남(4431개)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충남 송전선로 지중화 비율 역시 1.3%로, 전국 평균 9.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송전선로로 인한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 이상 사례는 적지 않다. 실제로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의 경우 80여 가구 150여명의 주민 가운데 지난 10년간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13명이나 된다. 이들의 거주지는 철탑에서 불과 150~400m 떨어진 곳이다.
서산시 팔봉면 송전선로 주변마을은 69명의 주민 중 26명의 주민이 암에 걸렸다는 보고가 있지만, 한전 측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도와 해당 시·군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역학조사나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출범을 알린 충남송전탑대책위원회는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의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송주법)'이 신규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고 기존 지역은 제외하는 등 형평성 논란이 있는 만큼 송주법 수정과 지중화를 계속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회토론회 개최 및 총리·장관 면담 등을 통해 지중화 예산을 발전소 측에서도 일부 부담하도록 법적인 제도화를 건의할 예정이다.
유종준 충남송전탑대책위 사무국장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도가 큰 관심을 갖고 직접 나선 것은 든든한 우군을 만난 느낌”이라며 “발전소가 증가하기 때문에 송전탑도 증가하는 것이다. 발전소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도에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도에서 추진한 계획이 잘 되면 좋겠지만, 잘 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염려스럽다”며 “전문가들과 하나하나 협의하고 준비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포=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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