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술 취해 잠든 부인 사망… 남편 '자살방조죄' 적용

50대 가장이 있다. 건설업을 하던 그는 2007년 사업에 실패하면서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다. 잦은 음주, 늦은 귀가, 자녀 양육 등으로 부부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부인(44)이 이혼을 요구하자, 무작정 차에 태워 금산의 깊숙한 계곡까지 갔다. 차에서 내려 100m 가까이 걸어 도착한 계곡에서 오전부터 소주를 나눠마셨다.

술에 취해 각자 옷을 모두 벗고 계곡에 누워 이야기하다가 둘 다 잠이 들었다. 남편은 오후 5시쯤 깨어났지만, 부인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인공호흡을 하고 긴급 구조 요청까지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검찰은 남편 송모(50)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송씨 측은 부인했다.

송씨 측은 “같이 옷을 벗는 부인을 말리지는 않았지만, 술에 취해 먼저 잠드는 바람에 부인이 자살하려는 것임을 알지 못했고, 부인에게 함께 죽자고 말한 적도 없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송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송씨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송씨는 부인이 자살하리라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인이 쉽게 잠들 수 있게 소주를 제공하면서 피해자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며 자신도 옷을 벗는 등 자살의 실행을 물질적·정신적 방법으로 원조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뒤늦게 후회하고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구조요청을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